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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파 스님 "환성지안 스님 등 활약으로 통도사 존속"

  • 교계
  • 입력 2022.10.03 20:56
  • 수정 2022.10.04 10:32
  • 호수 1652
  • 댓글 0

영축총림 통도사, 환성지안 스님 조명 학술대회
9월30일, 경내 해장보각서 ‘추계 학술대회’
개산 1377주년 기념, 통도사 차원 두 번째
한국선학회 주관…종정 성파 대종사 기조강연
“통도사 기록·유산·선시 바탕 주석 사실 명확”

“통도사에서 환성지안 스님을 연구하고 학술 발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선의 억불로 인해 제주도에서 순교하신 환성지안 스님께서는 통도사에 계시다가 제주도로 가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많은 증거가 통도사에 남아있고 제가 출가한 시절에는 노스님들께도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환성지안 스님의 숭고한 사상을 연구하고 이어가는 이 활동이 좋은 씨앗으로 뿌려져서 다음 세대에 선과(善果)가 되길 바랍니다.”

영축총림 통도사가 개산 1377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선 후기 억불 상황에서도 선·교의 대종장으로 활약한 환성지안(喚醒志安, 1664~1729) 스님의 삶과 수행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고 환성지안 스님이 통도사에 주석했음을 강조했다.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9월30일 경내 해장보각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추계학술대회–환성지안 스님의 삶과 수행’을 개최했다. 통도사가 주최하고 한국선학회(회장 정도 스님)가 주관한 이 행사는 통도사 차원에서는 지난 2018년에 이어 환성지안 스님을 주제로 개최하는 두 번째 학술대회였다. 이번 대회는 더욱 심층적인 차원에서 환성지안 스님의 생애와 통도사와의 인연을 조명하며 스님의 불교 정신 계승을 위한 토론의 장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가 기조 강연을 맡아 학술대회의 취지와 통도사에서 환성지안 스님을 조명하는 이유를 밝혀 의미를 더했다. 성파 스님은 기조 강연에서 “조선 불교사에서 억불로 인해 순교하신 환성지안 스님의 사상을 우리가 철저하게 연구하고 우리 이후의 사람들에게도 그 숭고한 사상을 전해야 한다”며 “통도사에서는 창건 이후 억불을 당한 것이 처음인 큰 사건이었음에도 환성지안 스님께서 통도사에 주석하셨다는 사실이 그동안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기에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스님께서 통도사에 계시다가 제주도로 가셨다는 것이 밝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파 스님은 “통도사에서는 환성지안 스님 이후에도 워낙 억불이 심했기에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를 정도로 위기감과 공포감이 컸다고 한다”며 “당시 양산군수의 주도 아래 풍수적으로 통도사의 기를 빼는 장치를 하며 스님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물리적으로도 스님들에게 위협을 가해 통도사를 폐사의 지경으로 몰아가려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며 “당시 스님들의 노력으로 폐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스님은 “환성지안 스님의 활약과 역대 스님들의 원력으로 오늘날의 통도사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 후학들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며 “큰스님의 사상을 연구하고 이어가는 이 과정을 통해 좋은 씨를 심어 놓으면 다음 세대에서 선과로 수확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술대회 개막식에서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도 “평소 종정예하께서 환성지안 스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셨고 세미나를 통해 한국 불교의 역사를 밝히는 것이 큰 불사라고 강조하셨다”며 “사중에서는 종정예하의 뜻을 받들어 이 자리를 마련한 만큼 주제발표와 논평해 주시는 모든 교수님과 스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밝혔다.

한국선학회장 정도 스님 역시 “불지종가 국지대찰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학회를 열게 되어 굉장히 기쁘고 종정예하와 많은 어른 스님 그리고 소임자 스님들도 함께해주셔서 더욱 뜻깊다”며 “1년간 준비해 온 세미나인 만큼 역사적인 측면과 사상 그리고 스님의 시를 통해 전반적으로 환성지안 스님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성파 스님의 기조 강연에 이어 황인규 동국대 교수가 ‘조선 후기 불보사찰 통도사와 순교승 환성지안’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맡았다. 황 교수는 “행장에 의하면 환성지안 스님은 전국적으로 유력하며 크고 작은 명찰에서 교화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지만 불보종찰 통도사의 관련 기록이나 유산에서 볼 때 통도사에 주석하였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선종과 교종의 융합을 실천한 선승이자 종장인 환성지안 스님의 문도 설송연초, 호암체정, 함월해원, 화월성능 스님 등이 법맥을 계승해 나갔으며 그중 설송연초 스님은 편양파의 선종과 사명파의 교종을 통합하는 통도사에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환성지안의 선리이해와 그 전승’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때 통도사에 주석했던 환성지안 스님의 ‘선문오종강요’는 한국선종사 최초로 선종오가의 교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안목을 발휘한 저술”이라며 “선리의 천착이 자칫 이론적인 굴레에 빠지기 쉬운 교의에 대해 지극히 간명직절하고 단순명쾌하게 해명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으며 화엄교학의 종장만 아니라 선사로서 스님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는 운문사 승가대학 교수 원법 스님이 ‘환성지안의 선시(禪詩)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원법 스님은 “환성지안 스님의 선시는 대부분 후학에게 바른 법을 펴 보이고 전해주는 것을 우선시했으며 통도사에 주석한 제자에게 주는 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 제자들의 깨달음 경지와 환성지안 스님이 통도사에서 활동한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며 “환성지안 스님이 통도사에 주석하는 동안 현판에 새긴 두 편의 시는 제자였던 함월을 비롯해 경허, 경봉, 성파 스님 등 현재까지 동운(同韻)으로 작시되고 있어 환성지안 스님의 선풍과 시풍이 여전히 통도사에 계승되고 있음도 알 수 있다”고 제시했다.

각 발표의 토론자로는 오경후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오용석 원광대 연구교수, 전 조계종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이 나섰다. 종합토론 좌장은 한국선학회장 정도 스님, 총평은 동국대 전 이사장 법산 스님이 맡았다.

환성지안 스님은 태고보우에서 청허휴정으로 이어지는 선의 적통을 계승한 대선사다. 통도사를 비롯해 대흥사·금산사·백양사 등 전국 각지를 종횡무진하며 화엄법회를 연 대종장이기도 하다. 선종 5가의 핵심 개념을 정리한 뒤 스님이 직접 견해를 피력한 ‘선문오종강요’는 백파긍선, 초의의순, 추사 김정희, 우담홍기, 축원진하 등을 중심으로 100여 년간 전개된 선 논쟁의 근간이 됐다.

불교를 되살리려다 제주에서 순교한 허응보우 스님(虛應 普雨 1509?~1565) 이후 환성지안 스님을 향한 집권층 유생들의 질시와 경계도 끊이지 않았다. 스님은 이인좌의 난에 연루됐다며 호남의 옥에 갇혔다. 이인좌와 관련 없음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관찰사는 “무죄는 불가하다”며 제주도로 유배를 보냈다. 스님은 그곳에 도착한 지 7일 만에 입적했다.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52호 / 2022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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