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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승려로 입적” 간절함 들어야 한다

  • 사설
  • 입력 2025.03.07 12:34
  • 호수 1768
  • 댓글 1

‘1994 멸빈자’ 사면 법안 입법 예고
과오 바로잡는 게 ‘종단개혁의 정신’
의발 놓지 않고 사중에 머물며 정진
90세 노령 당사자에겐 마지막 기회

조계종이 멸빈자 사면을 위한 종헌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하며 교계의 이목이 3월 임시중앙종회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1994년 종단개혁 전후 멸빈 징계를 받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사면 대상은 사망자, 환속자, 타종단 이적자를 제외하며, 청정성, 공공성, 승가화합 기여도 등을 심사하여 신중하게 결정될 것이다.

조계종 원로의장 자광 스님은 사면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승가는 화합을 생명으로 하는 공동체이며, 과거 종문의 울타리를 벗어난 이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발을 놓지 않고 참회와 기도로 살아온 이들에게 종단의 일원으로 회향할 기회를 제공하자는 제안은 깊은 울림을 준다.

멸빈은 승려의 모든 권한을 박탈하는 중징계로, 사음, 투도, 살생 등 중대한 계율 위반에 적용된다. 따라서 징계 과정에서 절차적 정의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는 징계는 무효가 될 수 있다. 교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이는 갈마의 기본 원칙이다.

1994년 개혁회의 해종행위조사특별위원회의 멸빈 결정 과정에 절차적 미흡함이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의현 스님의 사면 결정 역시 징계 절차의 하자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소명의 기회조차 받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한 스님은 개혁회의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신문 지상에 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권정지를 넘어 멸빈됐다. 

‘1994 멸빈자 사면'은 그간 조계종의 주요 현안이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법장·설정 총무원장 스님과 대원·자광 원로의장 스님 등이 사면을 추진했다. 2018년 3월 당시 중앙종회 의장 원행 스님은 개회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종단 대화합을 위해 지속적 노력을 기울여 온 멸빈자 사면 종헌개정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법안의 중요성을 전했다. 당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중앙종회에 참석해 “종헌 개정은 우리 종단의 아픈 과거사를 정리하고 종단의 대화합을 통해 종도와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신뢰받을 수 있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사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늘 그렇듯 그때도 중앙종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4년 종헌 개정안은 단 1표 차이로 부결되었는데, 2018년 이때는 찬성표가 더욱 줄었다. 

10·27법난 때 멸빈 징계를 받은 스님들은 사면되어 명예를 회복했다. 1998년 정화개혁회의의 참여자 중에서 멸빈된 스님들 또한 이미 오래전에 사면됐다. ‘1994 멸빈자’만이 외면당하고 있다. 현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자광 스님의 당부처럼, 멸빈 후에도 의발을 놓지 않고 수행에 매진하는 스님들이 있다.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출가를 선택했으며,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제 세납 90세 전후의 노스님들은 ‘멸빈자 굴레'를 벗고 승복을 입은 채 편안히 입적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종단의 일원으로 회향할 수 있는 이 생의 마지막 한 번의 기회는 줄 수 있다고 본다.

1994년 종단개혁의 핵심 가치는 공정과 투명성이었다. 과거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했던 과오를 사면으로 바로잡는 것은 종단개혁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사면 추진이 화합과 상생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1768호 / 2025년 3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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