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사를 해설할 때 두 가지 암초가 있다. 하나는 조선의 유학자들이 불교를 폄하하는 관점에서 불교에 관한 기록을 깎아내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한국사의 공간과 시간을 축소하기 위해서 되도록 이른 시기의 기록을 가짜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그릇된 관점을 제거하고 가야사 및 가야·신라 불교전래사를 바라보면 신라 남해왕 때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것이나 허왕후가 파사석탑을 가져왔다는 기사를 불신할 이유가 없다.”
가야불교의 해상 전래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 온 가야문화 학술대회가 여섯 번째를 맞아 기존 사학계에서 부정해 온 가야불교의 연구 가치를 밝히고 다양한 분야의 학술 발표를 통해 해상 루트를 통한 한반도 불교 전래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가야문화진흥원(이사장 송산 스님)·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소장 장재진)·한국인도학회(회장 최종찬)는 7월4일 경남 김해 인제대 인정관 2층 회의실에서 ‘제6회 가야문화의 원형 탐색과 콘텐츠화’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별도의 외부 인사 초청이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참석한 내빈과 불자들이 학술대회 마지막까지 경청하며 가야불교에 대해 관심을 표현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장이 본행사에 앞서 ‘가야사와 가야불교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라는 기조 발제를 맡아 주목받았다. 이 소장은 발제에서 가야 건국에 대한 학계의 인식 차이를 밝히며 가야의 해상불교 전래 가능성을 부정하는 역사학자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소장은 “기존 강단사학계의 ‘가야=임나’라는 주장은 의문 그 자체”라고 진단하며 “일본인 식민사학자들과 그 학문을 계승하고 있는 한국의 강단사학자들은 가야의 서기 1세기 건국설을 부인하고 연대조차 맞지 않는 ‘일본서기’만을 신봉해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불신하며 3세기 건국설로 대체했다”고 지적했다. 또 “남아 있는 사료를 무조건 부정하는 비역사학적 방법론이 아직도 한국 강단사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세계 사학계의 수수께끼”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소장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뿐만 아니라 소승불교가 대승불교보다 먼저 한반도에 전해졌다고 말하는 신라 말 최치원의 ‘지증대사탑비’, 고려 문신 민지가 쓴 ‘금강산 유점사 사적기’에 신라 남해왕 원년(서기 4년) 신라에 불교가 전래되었다는 기록, 불교식 왕호와 지명 등 여러 사료를 통해서도 가야의 건국과 불교전래 시기를 1세기 바다를 거쳐 온 시점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다”며 “가야사 및 가야불교사는 사료를 바탕으로 선입견의 틀을 깨는 역사를 서술할 때 새로운 지평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 발제에 이어진 학술발표도 1부와 2부에 걸쳐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해 불교의 해상 전래 가능성을 고찰했다. 1부 첫 발표에서 동국대 교수 정덕 스님은 ‘불전문학 속에서의 해상교류와 불교전파’를 주제로 불전문학 ‘뿌르나아바다나’에 언급되는 내용을 소개하며 문학을 통해서도 해상 불교 전파의 길을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 전임연구원 법진 스님은 ‘붓다빠다(Buddhapada)로 본 해양불교 신화적 전래’를 주제로 인도 및 스리랑카, 동남아시아에 전반에서 나타나는 불족적의 사례를 연구하고 특징을 밝히며 해양불교와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2부에서 밀양 부은사 주지 지원 스님은 ‘가락고찰 부암의 사료적 연구’를 주제로 부은사가 가락 3대 고찰 중 김수로왕을 기리는 부암(父庵)이라는 주장을 소장 문화재와 향토사지 기록을 바탕으로 발표해 신뢰를 더했다. 이어 강형철 동국대 강사는 ‘구지가의 남방 연원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 김민수 에세이능력계발원장은 ‘체천금인과 가야불교 소고’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각 발표의 논평에는 이승혜 삼성 리움책임연구원, 이성수 불교신문 기자, 김연미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 김경래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한재연 동국대 불교사회문헌연구원 교수, 박민준 동국대 박사과정, 이지은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 양영순 동국대 강사, 문무왕, 이병진 동명대 강사가 각각 참여했다. 대회는 황순일, 석길암 동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1, 2부 총 5주제 발표에 이어 이거룡 선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종합토론으로 마무리됐다.

학술대회 전반을 기획·진행한 장재인 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장은 “가야불교는 다소 생소한 주제일 수 있지만, 해상을 통한 문화 전파를 연구하는 소중한 학문의 장이자 법석”이라며 “여러 학자의 열정과 연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 아래 이번 대회를 마련하게 된 만큼 앞으로도 더욱 발전된 세미나를 위해 정진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의 개회식에서는 가야문화진흥원 이사장 송산 스님이 인사말, 박재섭 인제대 도서관장, 민홍철 국회의원 등이 축사를 전했다. 가야문화진흥원과 동명대 인도문화연구소, 인제대 융복합센터가 공동 주관했으며 BNK경남은행, 향기로운문화동행, 한국미술사연구소, 다다원, 명작도예에서 후원했다.






김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93호 / 2021년 7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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