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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훈민정음 창제 새 관점 모색 첫 학술대회 개최

  • 교계
  • 입력 2022.10.09 10:19
  • 수정 2022.10.09 23:19
  • 호수 1653
  • 댓글 3

10월7일, 경내 해장보각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기조연설
정광 고려대 교수 등 참여해 발표 및 토론
4개 주제발표서 한글과 불교 연관성 모색

영축총림 통도사가 한글날 제576돌을 맞아 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조명하는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10월7일 경내 해장보각에서 ‘영축총림 통도사 특별 학술대회–훈민정음 창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의 창제를 조력한 개발연구팀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엇보다 이번 학술대회는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의 각별한 관심 아래 한글과 불교의 연관성을 다룬 첫 학술대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통도사는 이번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한글 창제 및 제자 원리 등과 관련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는 각오다.

종정 성파 스님은 기조연설에서 훈민정음 연구의 가치를 분명히 했다. 성파 스님은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발표한 지가 지금으로부터 576년 전이라고 하지만 그 당시 전 국민적으로 반포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억압을 받다가 무려 500년이 지나 대한민국이 건립되고 나서야 ‘한글’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었다”며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문자인 한글이 그만큼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이유, 억압받고 묻혀 있던 역사를 밝히는 것이 이 시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마치 큰 화재가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는 연기와 불덩어리만 보이지만 화재의 원인이 어떻게 됐으며 어디서 인화가 됐고 어떻게 발전되었느냐 하는 것은 소방 전문가와 감식 전문가들이 하는 것”이라며 “훈민정음을 연구하는 문제도 통도사가 전문 학자들에게 의뢰해서 연구의 장을 마련하는 오늘을 출발로 삼아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그야말로 그 당시에 말하지 못한 말, 기록하지 못한 기록을 규명해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도 인사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종정 예하로부터 들었던 한글 창제의 유래를 이렇게 통도사에서 유명 학자들과 학술대회로 정리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한글창제 과정의 불교 역할을 밝히는데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교수 자현 스님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학술대회는 성파 스님의 기조연설에 이어 총 4개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전개됐다. 제1발표는 정광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새로운 시각으로 본 훈민정음 제정의 경위–세종의 새 문자 제정에 참여한 인물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세종의 훈민정음 제정에는 비록 자신이 스스로 참여하고 끝까지 감독하였으나 실제로는 많은 연구자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정광 교수는 “처음에는 명(明)의 눈치와 유신들의 반대를 피하여 가족들과 비밀리에 수행하였고 후일 문종이 된 동궁을 비롯하여 수양대군, 안평대군 그리고 둘째 딸 정의 공주가 주로 참여했으며 젊은 유신들의 도움도 받으며 새 문자 제정을 공개했으나 반대상소에 부딪혀 새 문자 제정을 위한 새로운 차원의 검토가 필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佛家)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광 교수는 “범어(梵語)와 실담(悉曇)에 능통했던 신미 대사는 고대인도의 범자와 성명기론을 새 문자 제정에 원용하여 문자 체계를 정비했고 아우 김수온과 함께 ‘증수석가보’를 언해, ‘석보상절’을 짓게 하면서 문자로 우리말 표기를 시험했다”며 “세종 스스로도 ‘월인천강지곡’을 저술하면서 새 문자로 우리말을 전면적으로 표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정광 교수는 훈민정음으로 기록된 불경을 옥에 새긴 ‘옥책(玉冊)’을 공개해 주목받았다.

제2발표는 김무봉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훈민정음 창제와 한글 불전 간행의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훈민정음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15세기 말까지 경전을 포함한 수많은 불서가 한글로 옮겨졌고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훈민정음 초기 간행의 한글 문헌 40여 종류 중 절대적인 양이 불서”라며 “훈민정음 창제 못지않게 이를 소중한 우리 문자로 지켜내어 오늘에 이르게 한 데는 불경의 언해라는 지난한 작업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3발표는 임근동 한국외대 대학원 고전언어문화학과 교수가 ‘고려대장경의 실담문자–유가금강정경석자모품(瑜伽金剛頂經釋字母品)의 음운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임 교수는 “유가금강정경 석자모품을 통해 실담문자가 자음과 모음의 결합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배열은 훈민정음의 음운체계 원형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제4발표는 오윤희 운허기념사업회 언해불전연구소장이 ‘언해불전, 번역과 해석의 이론적 근거’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 소장은 “15세기조선의 언해불전은 새로 만든 글자로 가르침을 새로 번역했다”며 “우리말로 쓰고 읽고 소통한 훈민정음과 언해불전은 불교의 미래를 향한 소중한 밑천”이라고 말했다.

각 발표의 토론에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 문광 스님, 김기종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종찬 한국외대 인도어과 교수, 이계황 전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가 맡았다. 각 주제발표와 토론 이후 종합토론은 정광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53호 / 2022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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