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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스님 취임 1주년 특집] “힘들어하는 사회대중 평안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 다할 것”

  • 교계
  • 입력 2023.09.27 01:47
  • 수정 2023.10.06 17:03
  • 호수 1698
  • 댓글 1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취임 1주년 특별인터뷰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는 현대사회에 불교적 가치·유효한 종교적 기능 묻는 일
종단에서 개발하는 선명상 프로그램은 수정보완 과정 거쳐 내년에 대중들에게 소개할 예정
부처님 가르침 바로 알아야 신심 생기고 삶도 달라져, 그럴 때 주변 사람도 불교에 마음 열어

 

한올의 새싹을 피워내는 데 온 우주의 기운과 정성이 필요하듯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지난 1년 조계종을 운영하는 데 온 정성을 다했다. 사진=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년 전,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 스님은 “진심(盡心)으로 소통하고, 신심(信心)으로 포교하며, 공심(公心)으로 불교중흥의 새 역사를 열겠다”며 “부처님의 제자로서 깨달음의 길을 가는 수행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중들에게 약속했다.

이후 매일 새벽 조계사에서 108배로 하루를 시작한 스님은 대통령에서 소외이웃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조언했으며 진심어린 위로를 건넸다. 스님은 권위를 내려놓되 위의를 잃지 않았고, 진중함을 고집하지 않되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도 좋을 삶의 지혜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을 때 불교계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천 년간 쓰러져 있던 경주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겠다는 종도들의 원력이 결집돼 있었고, 문화재관람료 및 문화재사찰 전기료 감면, 사찰 종부세 개선 등 불교계 현안들도 해결됐다. 첫 종단 직영 스님 전문요양병원 개원 등을 통해 승려복지의 기틀이 다져졌고, 국내외 재해현장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비나눔 활동 등으로 불교의 대사회 위상이 높아져 있었다. 한 올의 새싹을 피워내는 데 온 우주의 기운과 정성이 필요하듯 조계종을 운영하는 데 온 정성을 다한 스님의 원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법보신문은 진우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1주년을 앞둔 9월2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스님을 찾아뵙고 지나온 1년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 총무원장으로서의 일상이 이전과는 크게 다를 것 같습니다. 총무원장에 취임하셔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소임이 달라지고 사람들 시선에 조금 변화가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저는 수행자로서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에 항상 부처님 가르침을 잘 수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연기법, 인과법, 중도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찰나찰나 시시각각 화두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것은 총무원장이 됐다고 달라질 게 아닙니다.”

▶ 취임 이후 서울 조계사, 봉은사, 도선사를 비롯해 전국의 사찰을 찾아 대중 법문을 하고 계십니다. 바쁜 종무일정에도 대중 법문을 미루지 않고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옛날 부처님 시대부터 근래까지 그 시대에 맞는 언어와 정서로 설법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서양 문명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우리 불교의 정신과 정서까지 잠식하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에 맞게 부처님 법을 풀어서 알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지난 6월 신행수기 시상식과 화쟁위원 위촉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면서 불자들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신 일이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권위로서가 아닌 진심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말들도 있습니다.
“권위를 갖춤으로써 서로가 좋아지는 때가 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가 있어요. 불교의식 등이 아니라면 스님들이 꼭 중심이 될 필요가 없습니다. 더욱이 총무원에 온 분들은 손님이고 그분들이 주인공인데 그분들이 먼저인 것은 당연합니다.”

▶ 총무원장에 취임한 지 1주년, 불교계가 대단히 능동적이고 활기차다는 얘기들이 회자되고, 실제로도 많은 성과를 내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문화재관람료 감면 정책, 종부세 폐지, 아미타불교요양병원 개원, 국가법령 개정 등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습니다. 모두 중요한 성과들이지만 ‘천년을 세우다’ 사업은 향후 미래 불교를 열고 불교 중흥을 위한 토대를 닦는 불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불교의 존재 이유인 중생의 고통을 덜고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평화입니다.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사업과 명상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통해 우리 전통의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하고 청안한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 외에도 국내외 재난재해 등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불교계에서 선도적으로 앞장서서 지원하고자 했던 부분들과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린 세계잼버리대회에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천년을 세우다’ 슬로건으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를 비롯해 새로운 불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진행하는 ‘천년을 세우다’ 불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것은 불자로서 당연한 일이고, 전통문화유산 보존계승의 책임자로서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일이며, 우리 모두의 본성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불교적 입장에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재적 입장에서 되새김질하는 것이며, 교단이 수행과 전법의 두 수레바퀴로 균형을 갖추고 미래를 향해 나가도록 점검하는 일입니다. 열암곡 마애부처님을 바로 모시는 것은 결국 현대사회 대중들에게 불교적 가치가 무엇이냐? 여전히 유효한 종교적 기능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 스님께서는 그 답변 중 하나를 명상이라고 보고 계시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문명사회,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소외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고, 정신적 고통과 소외현상은 여전합니다. 어느 때보다 불교적 가르침은 유효하고, 사회 대중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그 가르침을 제대로 곱씹어 마음의 평안을 얻는 것이 명상, 마음공부라는 것입니다. 국내외 수없이 좋은 명상 프로그램이 있는데, 보다 쉽고 명확하게 부처님 일심법문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그런 선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도심과 산중사찰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하고 언제든 명상을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것입니다. 궁극적 목표는 바로 힘들어하는 사회대중이 평안의 세계로 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진우 스님은 포교의 첫걸음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포교의 첫걸음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스님께서는 ‘천년을 세우다’ 불사를 추진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한 현대인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명상법을 종단 차원에서 보급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토록 명상을 강조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마음이 현재의 순간에 깨어 있지 못한다면, 삶에서 주어지는 행복과 평안함을 맛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산란한 마음과 흔들리는 감정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분별하는 마음과 집착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 곧바로 청정한 마음, 고요한 마음, 순수한 마음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마음을 쉬면 긴장이 풀려서 행동이 여유로워지고 몸 또한 건강해집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2연기의 핵심은 느낌(受)이 갈애(愛)로 발전하느냐 마느냐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느낌이면 탐욕을 내고, 싫은 느낌이면 분노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탐욕과 분노가 바로 갈애가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선명상은 느낌이 갈애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차단함으로써 윤회의 매듭을 약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그 매듭을 끊어줍니다.”

▶ 마음을 내려놓는 명상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선명상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일반적인 명상이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며 깨어 있는 것이라면, 선명상은 우리의 본래 마음자리를 알아차림을 통해 늘 성성하게 깨어 있도록 합니다.”

▶ 현재 종단 통일명상법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고, 언제쯤 최종 발표하실 예정입니까?
“작년 말부터 종단 안팎의 명상 전문가들과 스터디 모임을 시작했고, 꾸준히 회의를 거듭하면서 명상프로그램 개발에 매진해왔습니다. 상반기까지는 선명상 프로그램 초안 마련에 중점을 두었고, 지금은 국내외 명상프로그램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조사를 토대로 각종 명상 프로그램을 분류해 명상에 관심을 가진 분들의 상담과 안내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종단에서 개발하는 선명상 프로그램은 수정 보완을 거쳐 내년에는 대중들에게 소개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 명상센터 건립과 관련해 몇 군데 대상 부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디가 유력한가요?
“서울 안암동 개운사 부지가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명상센터 건립 기본설계 작업이 완료됐는데, 만약 개운사 부지로 최종 결정된다면 더 구체적인 건립계획서를 만들 것입니다. 내년에 착공해 3년 정도면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합니다. 선명상프로그램을 만들고 명상센터 건립이 끝나면, 우리 종단은 명상 콘트럴 타워 기능을 완비하게 됩니다. 이 거점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템플스테이 시설이나 시민선방 등을 활용해 명상 붐을 일으켜 나가야 합니다. 명상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최신 트렌드와도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 탈종교화의 심화로 불자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불자 감소에 대안으로 종단 차원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래세대 포교와 관련해 전 총무원장이자 상월결사 회주이신 자승 스님께서 대학생 포교에 원력을 세워 범종단적으로 대학생전법위원회를 출범하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마땅히 종단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인데 자승 스님께서 먼저 챙겨주시고 상월결사에서 이렇게 전폭적으로 펼쳐나가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종단에서도 미래세대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대학생 포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대학생전법위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스님께서는 그동안 한국불교가 수세적인 불교, 안주하는 불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신 바 있습니다. 사회발전에 따른 종교의 영향력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종교인구도 날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떻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할까요?
“포교의 첫걸음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것입니다. 불교도 이제 적극적으로 포교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도 세상을 향해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고 사회의 아픔을 같이하며 국민 속에 녹아드는 새로운 불교로 거듭나야 합니다.”

▶ 1990년대 매년 500명이 넘던 출가자가 이제는 수십 명대에 이르렀습니다. 이러다가 불교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출가자를 양성하기 위해선 어떤 방안이 있을까요?
“우리 교육원에선 출가 장려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 홍보하고 있습니다. 연수팀, 교육팀, 불학연구소 등 교육원 각 부서에서 진행하는 전체적인 사업은 장기적으로 출가한 학인을 위한 교육의 다양성, 상주하는 교수의 질적 향상, 학인과 상주 교수의 교류를 통한 연대 강화, 교육기관·학인·교과 등의 정보 연결을 더 촘촘히 하여 교육기관의 질적 향상이 곧 학인의 질적 향상, 또한 출가를 왜 했는지에 대한 답을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 올해 6월 중앙종무기관 워크숍에서 종단개혁 30주년을 앞두고 중앙종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셨습니다. 스님께서 구상하고 계신 조직개편의 취지와 방향은 무엇입니까?
“종단개혁 30주년을 앞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 종단 운영 시스템을 평가해 시대 상황에 부응하고 불교발전을 이끌기 위한 조직으로 재점검하려 합니다. 총무부, 기획실 등 현 조직 체계로는 급변하는 사회의 변화에 맞는 대정부 정책 대응, 뉴미디어 홍보 등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스님, 사찰 등 종단의 주요 자원을 지원하는 기능이 각 부서에 나뉘어 있어 통합적 정책 시행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출가자 감소에 따른 출가 전담부서가 없는 현실도 기존 조직의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흥을 향한 전법 및 대사회 대응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 조직 평가를 통해 3원 체제에 대한 재편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앙종무기관이 종단의 변화를 주도하고 미래를 대비해 시대와 함께하는 효율적 조직으로 위상을 재정립하려고 합니다. 중앙종회, 교구본사 등 종도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추진할 계획입니다.”

▶ 스님께서는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후 108배로 일과를 시작하고 계십니다. 어떤 원력에서 시작했고, 언제까지 계속할 계획입니까?
“108배는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총무원장이 되고 나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보통 조계사에서 하는데 지방에 가면 지방에서 하고 숙소에서도 합니다. 108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번뇌를 분류해 놓은 숫자인데 모든 사람의 근심, 고통, 걱정이 사라지고 한국불교가 중흥하기를 발원하며 절을 합니다. 요즘은 통 다른 운동할 시간이 없는데 108배를 하다 보니 몸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 취임 1주년을 맞아 종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이대로라면 불교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우리 모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스님은 스님답고 불자는 불자다워지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 전법하려면 부처님 가르침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정법을 알아야 신심이 생기고 삶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도 감동하고 불교에 마음을 연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대담=이재형 편집국장 mitra@beopbo.com

[1698호 / 2023년 9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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