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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30년 헌신 간과 말라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8.03 11:21
  • 호수 1548
  • 댓글 2

근거명확·적법 분명할 때
임원진 자격박탈 가능 해
이 지사 편향적 시각 우려

최근 경기도가 ‘나눔의집’ 법인 임원 전원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통보했다. 경기도가 기존의 임원들까지 해임시킨 후 ‘나눔의집’을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하고 있는 가운데 교계는 이재명 지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눔의집’이 특별점검을 받기 시작한 지 5일 만에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감사결과를 올리며 후원금 관리·운영에 대한 부적절한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횡령하고, 할머니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보도를 일부 방송과 신문들이 쏟아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지사의 언급은 시민들에게 ‘나눔의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횡령’ ‘학대’가 사실일 것이라 속단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눔의집’은 경기도의 특별점검 결과를 수용하고 운영미숙과 행정미비로 발생한 문제점 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그에 따른 적법절차를 밟아갔다. 한 가지 분명하게 짚어야 할 건 특별감사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던 ‘횡령’ ‘학대’에 대한 문제점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특별점검에서 나온 미비점들을 개선해 가려는 행정을 막아선 건 ‘공익제보’라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나눔의집’ 일부 직원들이다. 법인통장, 시설장 공인인증서, 은행 보안카드를 점유한 채 적법절차도 어겨가며 공금을 사용했다. 심지어 자신들에게 동조하지 않은 법인직원에게는 월급도 지불하지 않아 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신고 되는 사태까지 촉발했다. 지난해 7월 자신들의 월급인상과 대폭적인 호봉상향 등의 특혜까지 요구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과연 ‘공익제보’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경기도는 광주시와 도차원의 감사에 이어 민관합동조사단까지 꾸려 감사를 실시했다. 공평성이 걱정된 ‘나눔의집’ 법인 측이 조사단원들의 권한과 명단 등을 수차례에 걸쳐 요구했으나 경기도는 끝내 외면했다.

그러나 잇따른 보도에 의해 그 실체가 조금씩 드러났는데 아연실색할 정도다. 의혹을 제기한 일부 직원들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한 인물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조계종단을 적대시해온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명진 스님과 함께 하는 변호사 모임’에서 활동한 인사가 공동단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객관성을 담보한 조사결과를 기대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나눔의 집’에 대한 과도하면서도 집요한 감사는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성명을 통해 지적했듯이 ‘마치 결론을 정해놓은 듯 일방적’이다. ‘나눔의집’ 특별점검 5일 만에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적 문제들은 운운했던 이재명 지사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깊어지고, 이런 식이면 결국 ‘나눔의집’을 송두리째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증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눔의집’은 불교계에서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님들을 위해 처음으로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다. 조계종 스님들이 주축이 된 ‘나눔의집 건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건 1992년 6월이다. 당시만 해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는 매우 낮았다. 불교계는 물론 사회각계 인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모금해 1992년 10월 개관했다. 1998년 8월에는 세계 최초로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을 열었고, 2015년 12월에는 규모를 확대한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을 재개관 했다.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기회 닿는 대로 일일찻집을 열어야 할 만큼 재정은 넉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눔의 집’에 열정을 쏟아 부은 건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을 끝까지 모시는 한편,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원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30여년 동안 헌신해 온 법인 임원진 자격을 박탈하려면 그만한 근거와 절차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점을 간과한 채 법인의 임원해고를 강행한다면 그건 ‘권력자의 오만에 의한 폭력’이다.

이재명 지사가 일부 인사의 전언과 왜곡·침소봉대한 기사에만 무게를 두고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면 벌써 객관성을 잃은 것이다. ‘정의 실현’에 가치를 둔 이재명 지사라면 ‘나눔의집’을 곁에서 지켜봤던 조계종 교구본사와 6대 종교계 대표들이 지적한 ‘경기도의 과도한 감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과 학대, 적법절차를 철저하게 밟지 못한 것과 횡령은 다른 것임을 명료하게 인식해야 한다.

 

[1548호 / 2020년 8월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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