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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할머니 직원 결혼식장 모시고 다닌 나눔의집 제보자들

  • 기자칼럼
  • 입력 2021.07.14 10:03
  • 수정 2021.07.14 11:28
  • 호수 1594
  • 댓글 6

천식 앓고 신장 기능 약해 장거리 외출 위험
임시이사회에 알렸지만 예정대로 결혼식 참석
기침증상 악화에도 할머니와 스타필드 다녀와
결혼식 사진·액자 비용도 법인에 청구해 마찰

나눔의집 할머니 거주 공간.
나눔의집 할머니 거주 공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하루 평균 50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6월19일. 이날 열린 나눔의집 제보 직원 A학예사의 결혼식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결혼식이야 축하할 일이지만 나눔의집에 거주하고 있는 92세 이옥선 할머니의 참석이 문제였다.

할머니의 외부행사는 건강과 직결돼 시설장 보고는 의무 사항이다. 그러나 시설 측에 따르면 결혼식 관련 외부행사 일정은 전혀 보고 받은 적이 없었다. 다만 간병사를 통해 할머니가 A학예사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소 이옥선 할머니는 심한 천식을 앓고 있는데다가 신장 기능이 약해 장거리 외출은 위험했기에 나눔의집 임시의장에게 곧바로 보고했다. 그럼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예정대로 할머니의 결혼식 참석이 이뤄졌다.

앞서 임시이사회가 동국대 일산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할머니들의 진료 병원을 일산으로 옮기자는 시설장의 건의에 “거리가 멀고 할머니들의 건강상 무리”라며 거절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무엇보다 A학예사의 결혼식이 열린 곳 또한 일산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할머니의 결혼식 참석은 건강에 치명적이었다. 시설 측에 따르면 할머니는 결혼식 참석 후 심한 기침증상이 앓았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증상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일부 제보직원들이 하남 스타필드(대형쇼핑몰) 등 외부활동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위급 상황으로 판단한 시설장이 7월2일 “할머니의 기력이 쇠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7월9일, 할머니의 혈압이 60으로 떨어져 119구급대에 의해 서울대 분당병원으로 급히 옮겨졌고 현재 음압병동에서 치료 받고 있다.

나눔의집 임직원들에게 할머니들의 건강은 최우선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특정 다수가 많이 모이는 곳에, 그것도 병원 진료를 위한 것이 아닌 직원 결혼식에 참석하도록 했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부 직원들이 A학예사의 결혼식은 코로나가 피해간다고 생각한 것인지, 할머니가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렇더라도 92세 할머니를 코로나19가 극성인 이 민감한 시기에 굳이 직원 결혼식에 참석시킨 것이 비상식적인 사실임은 분명하다.

할머니 스스로 원했더라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시설에서만 지내는 할머니들의 답답함이 얼마나 클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를 설득해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그들의 업무이고 자신들이 있어야할 존재 이유 아닌가.

나눔의집 제보 직원들은 시설 내에서 할머니들에 대한 학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 당사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그들이 보여준 행위에서 할머니들의 안위가 우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일부 제보직원들은 A학예사의 결혼식을 ‘외부행사’라고 규정하고 할머니와 찍은 기념사진 출력과 액자비용 30여만원을 법인에 청구해 법인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내영 기자.
김내영 기자.

일부 제보직원들은 ‘공익제보’를 주장하기 전 직급과 호봉 상향을 요구하고, 전시설장 공인인증서 및 은행 보안카드 무단점유, 역사관 직인 무단 사용, 현수막 무단 철거, 입소 할머니 의료비 지원카드 무단 사용 의혹, 후원금 관리 소홀, 회계 관련 제반 법률 위반 등이 발견된 데다 의도했던 안했던 이번에는 할머니까지 위험에 빠트렸다. 이런 상황을 보면 그들이 제기한 나눔의집 공익제보의 진정성에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 자신들이 떳떳했다고 외치기에 앞서 나눔의집 유가족들과 구성원들에게 먼저 진정성 있게 다가서고 공감과 신뢰를 얻는 게 순서일 듯싶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94호 / 2021년 7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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