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경우 스님)가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환지본처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또 노골적인 기독교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국립 및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해 문체부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를 통해 전국 지자체에 종교편향 대처공문 하달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6월29일 장성 백양사에서 제69차 회의를 열어 종단 현안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오대산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반환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하고,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이날 결의문에서 “월정사 등 불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들의 노력으로 1913년 일제에 의해 약탈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를 환수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문화재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최적의 관리시설을 갖춘 박물관에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월정사는 지난 몇 년 동안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를 소장할 수 있는 국립박물관 수준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건립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함으로써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원소장처로 귀환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동안 여러 이유를 들어 오대산 월정사에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를 소장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구시대적 주장일 뿐이다.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의 제자리 찾기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과거의 한계를 극복하는 우수한 사례가 될 것이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또 “문화재는 과거기간과 공간 속에서 인간이 창조한 유산이기에 제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를 더욱 발휘할 수 있다”며 “고귀한 문화유산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환수돼도 박물관 수장고에서 시간을 보낸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가 원래의 자리인 오대산 월정사로 돌아오는 일은 강원도가 대한민국의 역사·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미래지향적 가치 창출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강원도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도권 중심의 정책이 갖는 한계를 극복해 분권화와 다양화를 실현하는 정책변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제자리인 오대산에 봉안돼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증진시키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또 최근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국립 및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종단 현안보고에 나선 총무원 사회부는 최근 법보신문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국립 및 시도립 합창단의 종교편향적 공연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고 관련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차원에서 주요 지자체 합창단 공연에 대한 편향성을 조사하고, 문체부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통해 전국 지자체에 종교편향 대처공문을 하달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교구본사별로도 해당 지자체 합창단 공연을 상시 모니터링 하고 종교편향 사례가 발생할 경우 대구 동화사의 사례를 참조해 해당 지자체 및 시의회 등을 항의방문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뿐만 아니라 취합된 정보와 조사내용을 토대로 각 시립예술단 조례 및 운영규칙 개정 요구 등을 통해 재발방지책 수립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이날 ‘지방세법 시행령’ ‘개발제한구역법 개정안’ ‘매장문화재법 개정안’ 등 최근 국회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통사찰 규제법령에 대한 진행결과를 보고 받고 법령 개정을 위해 총무원이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회장 경우 스님은 “새 회장단이 구성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의를 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컸다”며 “종단과 교구의 현안을 서로 공유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 종단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회장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을 비롯해 조계사, 월정사, 법주사, 직지사, 동화사, 은해사, 해인사, 범어사, 통도사, 고운사, 백양사, 화엄사, 선암사, 송광사, 대흥사, 관음사, 봉선사 주지 스님 등 18명이 참석했다. 차기 회의는 9월 중 고운사에서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백양사=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592호 / 2021년 7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