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종합청사 앞 육조마당에서 시작한 ‘역사물길’이 마치 역사를 이야기하듯 흐르고 있다. [서울시]](https://cdn.beopbo.com/news/photo/202209/311802_83045_3639.jpg)
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최근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 역사 물길 연표석에 불교·유교 서술이 대폭 축소·편향되고 기독교 역사는 과도하게 할애된 것에 대해 국내 저명 불교사학자와 학술단체장들이 “심각한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9월1일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종교 편향 문제를 넘어 공공 역사를 왜곡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헌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돌에 역사를 새겨넣는 건 상당히 신중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하며 “100~200년 뒤 역사물길 연표석이 기준이 돼 조선의 주요 사건을 이해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한양 천도 당시 무학 대사의 역할이나 남한산성 축조·수비·보수에서 불교계의 기여가 전혀 나와 있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교 통치 이념으로 500년을 이끈 조선에서 지금과 같은 연표 서사는 역사 비중도 제대로 나누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도수 한국불교학회장(능인대학원대 불교학과 교수)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어 “유명한 가톨릭 지도자가 방문했다고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바닥돌을 놓고 간판을 세우는 일은 대한민국 선진화를 저해하는 매우 비상식적인 태도다. 우리나라 역사가 특정 이익 집단의 소유물이 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임승택 불교학연구회장(경북대 철학과 교수)도 “공적인 장소에 공공 역사를 새겨넣으면서 빈틈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왜 이런 역사 물길 연표석이 나오게 된 건지 서울시는 진행 과정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편향된 시정이 바로 잡힐 때까지 항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성두 한국불교연구원장(서울대 철학과 교수)은 “이승훈이 처음 선교한 것은 적으면서 임진왜란 당시 탄압을 받으면서도 성벽을 묵묵히 지켜낸 700여명의 스님들은 왜 왜 외면하나. 조선의 역사에서 기독교와 불교 중 나라를 지키는 데 누가 더 많이 기여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라면 공정한 역사관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마음대로 역사를 보고 싶으면 집에 앉아 생각하라. 종교 자유 국가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마치 북한이 김일성 백두혈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차차석 불교문예연구소장(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도 “광화문 광장 역사 물길은 탁상 행정과 전시 행정의 끝판왕”이라고 평가했다. 차 소장은 “광화문 한복판에 역사를 새겨넣는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서민들 생계도 힘겨운데 혈세를 써가면서 역사 왜곡하는 게 공직자의 태도로서 올바른가”라고 말했다.
고영섭 한국불교사연구소장(동국대 불교학부 교수)은 “경기도 천진암, 주어사에 이어 서울 중구의 서소문역사공원, 그리고 광화문 광장까지. 우리나라 역사를 무너뜨리고 가톨릭 제국 영토 확장을 돕는 정치 행정가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조선 왕조의 입장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오히려 밀고자였고 죄를 지은 이들이었다. 조선 왕조의 상징 거리를 만들겠다면서 어떻게 가톨릭 역사로만 만드는 지 납득할 수가 없다. 올바른 역사로 바로 잡지 않을 거면 모두 삭제하라”고 지적했다.
![새롭게 개장한 광화문 광장 조성안. [서울시]](https://cdn.beopbo.com/news/photo/202209/311802_83044_3433.jpg)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47호 / 2022년 9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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