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리의식을 갖춘 인공지능의 개발은 과학과 영성 사이를 지혜롭게 연결하는 인문학적 능력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불교가 바로 그런 다리 역할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불교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의 학술대회에서 허남결 동국대 교수는 “지혜를 갖춘 자비로운 인공지능의 불교적 AI 설계”를 제안했다.
사단법인 반야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안 스님, 이사장 김성태)은 7월2일 영축총림 통도사 반야암에서 ‘2023년 반야불교문화연구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AI 축복인가 재앙인가 – AI 시대의 명암과 불교적 진단’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AI가 주목받는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불교적 관점에서 심도 있고 다양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마지막 발표를 맡은 허남결 교수는 ‘인공지능과 자비의 알고리즘’ 주제의 발표에서 “불교의 지혜와 자비의 윤리가 인공지능 시대의 고통을 치유할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며 “불교는 어제에 이어 오늘 그리고 오늘을 지나 내일도 변함없이 인간과 기계와 그 외의 다른 모든 존재와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이념으로 계속 남아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희 신라대 교수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1부 개회식은 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 지안 스님의 개회사, 김성태 이사장의 축사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 김명우 동의대 교수, 구자상 부산대 교수의 사회로 열린 2부 학술대회에서는 총 4가지 주제가 발표됐다.

첫 발표에 나선 이영의 고려대 교수는 ‘AI 시대, 체화된 인지와 불교’ 주제발표에서 “새천년 인류에게 부여된 아젠다(행복, 불멸, 신성)를 불교적 관점에서 평가해 보면 불교적 수행의 가능성에서 조건부 적합이지만 불멸이 불교의 기본 교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시대에는 불교적 삶의 어렵다는 부적합한 관점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로 이상헌 서강대 교수는 ‘인공지능과 불교적 지혜’ 주제발표에서 “불교는 혼돈의 시대고 불확실성의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인 인공지능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사회적, 윤리적 쟁전에 대해 불교적 관점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토대로 답변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지승도 한국항공대 교수는 ‘불교논리학 기반 AI’를 주제로 “여러 학자의 견해처럼 AI도 인간과 기능적으로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마음이 깃들 수 있지만 이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 먼저 존재의 본질을 통찰하고 상호의존성을 이해하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사회 혼란의 극복을 위한 본질적 대안을 합리적인 AI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에는 윤종갑 교수(동아대), 일윤 스님(경희대), 안환기 교수(서울불교대학원대), 보일 스님(해인사 승가대학장)이 각각 참여했다. 발표와 토론에 이어 강경구 동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종합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학술대회가 열린 반야불교문화연구원 강의실에는 발표자와 토론자, 연구원의 회원들은 물론 반야암 신도까지 빼곡하게 자리했다. 참석 사부대중은 5시간 동안 이어진 발표를 경청하며 특히 학자들의 발표와 토론마다 힘찬 박수로 인공지능이라는 시대적 주제를 향한 불교적 관점과 해법의 다양성에 힘을 보탰다.

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 지안 스님은 “요즘 최대 화두인 4차산업 중에서도 AI지식과 세계에 관한 연구와 발표로 불교 지성의 장을 펼쳐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며 “지식과 욕망의 시스템이 아닌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지혜와 자비 시스템으로 이끌어가는 좋은 답안을 찾는 귀한 자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태 이사장도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해법인지 종교와 과학 전문가들이 함께 모색하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다”며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은 앞으로도 시대적 과제에 앞장서 연구하고 토론하는 장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발원했다.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은 불교사상의 연구 및 계발과 불교 문화의 대중화를 통해 불교의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정신을 실천하며 불교를 중흥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설됐다. 지난 2011년 8월 발기인 모임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제1회 반야학술상을 시상했으며 이듬해인 2012년 4월1일 지안 스님을 원장으로 ‘사단법인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이 정식 개원했다. 매년 상반기에는 학술대회, 하반기에는 공모를 거쳐 반야학술상을 시상하며 불교 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독려해 왔다. 지난 2022년부터는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산사의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한편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은 제13회 반야학술상을 공모한다. 신청 마감일을 기준으로 최근 7년간 불교학 및 불교 문화 분야의 연구업적이 뛰어난 중견급 이상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며 심사를 통해 수상자 1명을 선정, 상패와 함께 연구 지원금 1000만 원을 전달한다. 접수는 오는 7월 15일까지며 자세한 응모방법은 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88호 / 2023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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