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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사’ 삭제하고 ‘군종’은 방치…한중연, 불교왜곡 시정약속 안지켰다

  • 교계
  • 입력 2025.01.10 11:41
  • 수정 2025.01.14 18:01
  • 호수 1761
  • 댓글 8

‘성인→천주교 성인’ 명칭만 변경
‘주어사·천진암’은 항목 삭제
“수정·전면 재검토” 지난해 약속
‘눈가리고 아웅식’ 조치에 그쳐

1월 8일 본지 확인결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군종’ 항목은 여전히 천주교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었다. 취재 직후 ‘군종’ 항목은 ‘종교일반’으로 분류됐다.
1월 8일 본지 확인결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군종’ 항목은 여전히 천주교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었다. 취재 직후 ‘군종’ 항목은 ‘종교일반’으로 분류됐다.

불교사에 대한 왜곡과 종교편향적 서술로 물의를 빚었던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김낙년, 이하 한중연)이 논란 당시 오류 수정과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지만 문제가 된 항목을 삭제하거나 키워드만 바꿔 같은 내용을 여전히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중연이 서비스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하 민백)’에서 잇따른 불교사왜곡과 종교편향이 발견되며 불교계의 비판이 거세게 이어질 때는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더니, 문제의 항목을 아예 삭제하거나 명칭만 수정하는 등의 ‘눈가리고 아웅식’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김낙년 한중연 원장이 뉴라이트계열로 평가되며 한국 근·현대사와 독립운동마저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편향된 역사관과 종교관이 불교에 대한 폄훼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중연은 한국 문화를 집대성해 소개하고 있는 민백에 지난해 가톨릭의 주장만을 대변하는 종교편향적 서술로 불교계의 공분을 샀다. 지공·나옹·무학 스님의 수행지이자 그 명칭도 삼대화상에서 유래한 서울 관악구 ‘삼성산(三聖山)’을 가톨릭 성지로 둔갑시켰고, ‘주어사’, ‘천진암’도 천주교 최초의 강학지라는 가톨릭 자료만 인용해 서술했다. 나아가 일반명사인 ‘성인(聖人)’, ‘군종(軍宗)’을 천주교 카테고리로 분류해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이 지켜야 할 중립성을 의심케 했다.

한중연의 이 같은 편향적 서술이 본지 보도로 알려지며 불교계에서는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잇따른 불교계의 지적에 한중연은 2024년 6월 24일 공문을 통해 “오류를 인정하고 문제가 된 내용을 새롭게 집필할 것”을 약속했다. 이후 ‘삼성산’을 가톨릭성지로 서술했던 문제의 표현을 삭제하고 ‘자연지리’ 카테고리로 분류, 자연환경과 현황 중심으로 수정해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던 ‘삼성산’ 항목을 제외한 여러 불교 관련 단어들에 대한 설명은 1월 8일 현재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항목은 ‘천주교 성인’으로 이름만 바뀐 채 내용은 그대로 남아있다. 문제가 된 항목을 바로잡는 대신 명칭만을 변경해 갈음하려 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성인’ 항목은 ‘천주교 성인’으로 이름만 바뀐 채 내용은 그대로 남아있다. 문제가 된 항목을 바로잡는 대신 명칭만을 변경해 갈음하려 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백에서 ‘성인’ 항목은 내용이 그대로인 채 ‘천주교 성인’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불교 성인’, ‘유교 성인’ 등 다수의 종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명칭을 ‘천주교 성인’이라는 특정종교의 용어로만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가톨릭 편향적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된 항목을 바로잡는 대신 명칭만을 변경해 갈음하려 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군종’ 항목은 여전히 천주교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어 ‘일반명사로 분류하겠다’란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0일 본지 보도 이후 민백에서 돌연 삭제된 ‘주어사’, ‘천진암’ 항목은 여전히 검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중연 백과사전편찬실 실무관계자는 “‘성인’ 항목의 경우 애초에 ‘천주교 성인’으로 명명해야 했던 부분이라 이름을 수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성인’ 항목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군종’에 대해서는 “한중연 분류표엔 ‘불교’, ‘천주교’ 등 개별 종교만 있지 ‘종교일반’ 분류항목이 없다”며 “종교철학 분야에 ‘종교일반’을 신설해서 ‘군종’ 항목을 넣겠다”고 했다. 취재 직후 ‘군종’ 항목은 ‘종교일반’ 카테고리로 분류가 변경됐다. 하지만 ‘주어사’, ‘천진암’ 항목이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지속하고 있어 삭제를 유지 중이다. 현재로서 해당 항목을 집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주어사’ 항목은 지난해 6월 20일 돌연 차단된 이후 검색되지 않고 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주어사’와 ‘천진암’은 명칭에서 보듯 분명한 불교유산인데 도대체 어떤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항목을 다시 올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어사’ 항목은 지난해 6월 20일 돌연 차단된 이후 검색되지 않고 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주어사’와 ‘천진암’은 명칭에서 보듯 분명한 불교유산인데 도대체 어떤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항목을 다시 올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진암’ 항목은 지난해 6월 20일 돌연 차단된 이후 검색되지 않고 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주어사’와 ‘천진암’은 명칭에서 보듯 분명한 불교유산인데 도대체 어떤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항목을 다시 올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진암’ 항목은 지난해 6월 20일 돌연 차단된 이후 검색되지 않고 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광 스님은 “‘주어사’와 ‘천진암’은 명칭에서 보듯 분명한 불교유산인데 도대체 어떤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항목을 다시 올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결코 편향된 의도를 갖고 민백을 집필하지 않았다. 문제가 있으면 바꾸겠다”며 “다만 모든 수정을 한꺼번에 진행하기 어렵다. 절차를 거쳐 분류 체계를 재확인하고 필요시 신규 집필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중연이 지난해 11월 일제강점기가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해외 홍보용으로 출간해 논란을 빚는 등 ‘뉴라이트사관’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계에서도 역사왜곡과 종교편향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주어사’와 ‘천진암’은 명칭에서 보듯 분명한 불교유산인데 도대체 어떤 논란의 여지가 있어 항목을 다시 올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한중연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태 기자 sky@beopbo.com

[1761호 / 2025년 1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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