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앞에서 서성이며 관객을 기다리다보면 별별 생각이 다 든다. 2000년이 되면서 연극 밥 먹은 지 20년이나 되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 놓았건만,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초조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나에게 울렁증이 생기게 만든다. 아무리 표정관리를 잘하려고 하여도 객석이 꽈악 찬 날은 괜히 짜증을 내며 후배들을 다그치게 되고 말이다. 그건 아마 내가 연극계에 남아 있는 한 여지없이 나타나게 될 현상이 아닐까, 한숨을 쉰다. 오는 관객을 기다리다가 뒤적이던 신문에서 날씨지수, 나들이지수, 빨래지수 이런 것들을 보게 되었다. 여름이라 날씨가 너무 좋으면 관객들이 들로 산으로 나가느라 극장을 안 찾게 되고 또 비도 적당히 와야지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면 아예 외출을 삼가 버리니,
조용하면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초청을 받아 북한을 공식방문했다. 남한에만 한정하여 보면 해방 이후 크고 작은 일이 늘 있었지만, 한반도로 시야를 넓혀 보면 이 만큼 큰 일도 없을 것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영화는 “전쟁과 여교사”이다. 장동휘, 박노식, 허장강, 최무룡, 그리고 윤정희 등의 배우가 나오는 영화였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당시에는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한 여름 밤에 상영되었다. 산골에 있는 외딴 분교의 여교사가 등장하고 빨치산 토벌이 배경이 되어 펼쳐지는 반공(反共) 영화였다. 내 윗 저고리 왼쪽 가슴에는 언제나 반공이라는 리본이 달려있었다. 때로는 승공(勝共)이라는 리본을 단 적도 있었다. 나는 이제 나이 40을 좀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황석영이 참으로 오랜만에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연두빛 표지에 싸인 두 권짜리 《오래된 정원》을 매만지는 손끝에 전해오는 회한이라니.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6년 동안이나 사회와 격리되어 있던 ‘수인(囚人)’이 아니던가. 감옥 안에서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을 올올히 풀어 짠 작품을 불쑥 우리 앞에 내민 것이다. ‘수인’이라면 행동의 자유는 물론 사고와 상상의 자유까지 박탈된 가사(假死) 상태의 존재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히려 감옥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더욱 실감한다. 그때 그들의 촉수(觸手)는 한층 섬세하고 예민하게 번득인다. 바깥에서보다 한결 순도 높은 사색과 성찰과 고뇌를 그들은 붙잡는다. 바로 그것, 그들의 사색과 성찰 및 고뇌는 한 시대의 뼈아픈 증언일
【양산】신라의 대국통 자장스님의 사상과 업적을 기리는 1351회 통도사 개산대제가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봉행됐다. 통도사의 창건주 자장스님을 기리는 개산대제와 이를 기념하는 청소년서화대회, 불교유치원 유아들의 재롱잔치, 양산시내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된 이번 통도사 개산대제를 맞아 통도사 주지 목산스님은"이땅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진 이래 위대한 불교 문화와 유산이 이어져왔다"며 "이러한 문화유산은 우리민족이 문화민족임을 일깨워 주는 큰 가르침이라"며 통도사의 개산이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조계종 종정 월하스님은 자장스님 연고제 법어를 통해 "유구한 역사의흐름속에 통도사는 불지종가와 계율의 근본도량으로써 그 사명과 역할을 다해왔다"며 "오늘의 불자들은 부처님의 가르
1985년 불교도 연합 결성…35개 단체 가입 봉축행사 공동 개최…3년마다 불교도 대회 1960∼70년 유럽을 풍미한 비트 세대들은 인디아, 동남아, 티베트 등을 여행하며 그곳의 불교와 승려들을 초청하고 수행하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그런 가운데 공학도인 마르티넬리(L.Martinelli)는 피렌체에서 이탈리아 불교협회(L'Associazione Buddhista Italiana)를 창립했다. 영국 런던의 불교회(Buddhist Society)와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1967년 현대 이탈리아 최초의 불교지 ‘과학불교 (Buddhismo Scientifico)’를 발행하기도 한 불교협회는 이후 1985년 밀라노에서 결성된 ‘이탈리아 불교도 연합(L'Unione Buddhista
서울방송법우회(회장 최인국)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속에 구현한다는 목적아래 6명의 발기인이 모임을 꾸리기 시작해 93년 12월 창립했다. 현재 회원은 30명. 법우회는 주로 성지순례위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평균 두달에 한 번 꼴로 성지순례를 봉행한다. 불교교리를 바탕으로 친목을 도모하고 생활속의 불교를 실천하기 위해선 불교를 피부로 접하는 성지순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법우회측은 회원과 동료직원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성지순례를 봉행하는 것에 대해이태전 총무는 "교리만은 자칫 따분해 질수도 있으므로 불교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전통문화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해 성지순례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우회측은 동호회 모임이나 소식을 컴퓨터방
최근 조계종의 기관지 주간 불교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는 불교인들에게 큰 충격이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종교이며 현재에도 가장 큰 종교인구를 가진 불교가 현 정부의 고위공직에서 전적으로 소외를 당하고 대신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인은 엄청난 편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최고위 지도층 1백명 가운데 개신교인은 42명, 천주교인은 20명으로 기독교를 믿는 공직자가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불교 신자는 9명에 그쳤으며 무종교인은 26명, 기타 종교인은 3명이었다. 조사대상이 된 기관이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군, 검찰, 경찰 등 현정부 주요 부서이며 그 대상 공직자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이란
쾌할한 성격의 소유자인 부인 이미경(화엄행˙31)씨를 볼 때면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다고 토로하는(?) 남편 김용록(덕광31)씨는 요즈음 머리가 아프다. 개운사 청년회(이하 청년회)회장으로서 `청년회의 포교활성화'란 화두를 풀기 위해 아내 이미경씨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지만 일상생활에 쫓겨사느라 좀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이들 두사람은 때로는 친구로서, 때로는 스승과 제자처럼 청년회의활성화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저녁시간이 지나가 버린다며예전과 같지않은 청년회의 활동에 대해 걱정한다. 올해로 결혼한지 2년째를 맞이하는 이들 두사람을 주위 사람들은 `싸우는 잉꼬불자부부'라고 부른다. 청년회 법회가 있을 때마다 생후1년도 안된 아들동연이와 동연이를 등에
지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고, 3월에 다시 강단에 섰다. 모처럼 대하는 푸른 젊음이 싱그러웠고, 왁자지껄한 소음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강의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져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나처럼 백묵들고 강의실로 향하는 교수보다는 노트북 들고 가는 선생들이 더 많아졌다. 강의도, 과제물도, 모두 컴퓨터로 처리한다. 마주친 동료 교수에게 나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이제 우리 같은 구세대는 빨리 물러나야겠다.” 텔레비전이고, 신문이고 온통 인터넷 이야기뿐이다. 지금까지의 사고패턴이나 생활양식은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 변화의 시대 속에서 홀로 옛 영광의 그림자를 되씹는 듯한 씁쓸한 감회가 엄습해 온다. 불교도 서서히 변해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불과 20여 년 전에 어느 사찰에서
점입가경이라는 말은 이번 총선을 두고 써먹으라고 선인들이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선거철이 깊어갈수록 정치계는 가관을 연출하고 있다. 나라의 기둥을 흔들며 쿠테타를 일으켰던 이들은 보수를 자칭하며 ‘보수는 살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는다. 진보정치를 입에 달고 다니던 이들 몇몇은 지역감정을 볼모로 하는 패거리에 몸을 싣고도 여전히 진보와 민주를 특허받은 양 꿰고 다닌다. 개발독재의 망령을 ‘정치적 아버지’로 섬긴다며 대선에도 나섰던 이가 이번에는 구 시대의 청산을 외치고 있다. 386의 신선함을 보이겠다며 의기양양하던 ‘젊은 피’들은 기성 정치인 찜쪄먹을 만한 작태를 천연덕스럽게 벌리고 있다. 정치 이념이나 철학을 거론하는 일이 부끄러울 정도다. 이합집산, 훼절, 말
영원성이나 절대성을 향하는 인류의 바램은 어쩌면 운명이다.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의 유한함과 부족함을 알고 있는 한 더욱 그렇다.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영원한 절대에 대한 갈망은 더욱 크다. 보통 사람도 그런데, 신앙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교리나 교주의 절대성과 영원성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그 영원성과 절대성에 의지하여 유한하고 상대적인 자신의 한계가 메워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단다. 석가모니가 부처로서 대접받는 것도 바로 유한성과 상대성을 완전하게 이해하여 그것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이 세상의 만들어진 모든 것은 무상하단다. 그것을 한자 문화권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군 법사를 마치고 통도사 승가대학에서 큰절의 묘미에 빠져 공부하고 있을 때 종무소에서는 여름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진행할 지도 법사를 학인들 중에서 찾고 있었다. 본래 관심 가졌던 부분이라 동참하기로 했다. 짜여진 일정에 충실하다 보니 다소 경직된 원칙 지상주의의 편협한 모습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통감하면서 산사의 여름 수련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동참한 모든 이에게 행자복을 입히고 흰 고무신을 신게 하고 주머니에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하게 하면서 단기 출가의 개념으로 진행된 수련회는 신선함 자체였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첫째 침묵을 통해 철저히 자신과 자신의 내면과의 많은 대화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실 침묵을 위한 묵언에 얼마나 충실했던지 서로 인사하는 시간조차도 배
“일본은 없다.” 한 때 ‘낙양의 지가’를 높인 책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그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만족감을 느꼈을 법하다. 지구상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유일한 나라는 한국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진심이든 아니든 일본과 일본인을 쉽게 경멸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은 있다. 그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요미우리」「산케이」 대표적 극우신문 보라. 일본 정부는 ‘새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작성한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를 한칼에 거부했다. 일본 정부가 1982년의 교과서 파동과 달리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일본의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 1982년 당시 교과서 왜곡에 비판적이던 일본 신문들이
붓다다사는 팔정도, 즉 우리의 정신적인 생활은 이해(正見)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즐겨 강조했다. 그는 풀려야 할 문제가 무엇이 되었든간에 우리의 이해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변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그 방식은 우리들을 올바르게 교육하고 훈련하는 것을 의미했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그러한 행복을 가능하게 하고 북돋우는 세계관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담마를 학습하고 사고하고 탐구해야만 하며, 사회적으로는 사심없이 어린이들을 서로 교육시켜야 한다. 붓다다사는 세계의 평화는 붓다와 불교도의 목적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그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은 무엇인가? 비구는 세속적인 권능을 포기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을 하거나 믿게끔 강요할 수는 없다. 그 대신 그들은 스스로 사람들의 모범이
21세기는 산업문명이 아닌 문화가 중심이 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새 천년을 맞이하며 온 세계가 들떠있던 1999년,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래학자들을 비롯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투어 21세기를 전망하고 인류가 대처해야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붐을 이루었지요. 이런 흐름에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세기가 서양 중심의 사회였다면 21세기는 동양이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과 특히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입어 우리 문화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불교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었습니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이런 전망들은 분명히 싫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종교들간의 경쟁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왠지 위축되
“일본은 불교, 서예, 한자 등 중국문화를 한국을 경유해 받아들였다.”언뜻 보기에는 일본이 한국의 문화속에 스며든 중국문화를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 말은 일본이 중국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한국은 단순히 교량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 내용은 태국의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교재에 수록된 내용으로 일본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교육개발원 정영순 부연구위원이 7월 24일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간 교과서 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교과서가 상당부분 한국불교를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씨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태국 중학교 2학년 사회과 교재에서는 “중국을 통해 전래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테러, 대량 살인범죄, 폭력, 전쟁 등이 어쩌면 바다 건너편의 일이 아니라, 내일 당장 우리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순간순간 우리의 삶은 위기의 연속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도 악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파괴성에 대한 해부』라는 책을 쓴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이런 인간의 범죄에 대해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려는 방어적 공격성은 인간이나 동물에게서나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남에게 고통을 주거나 살인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진 본성이라고 한다. 프롬은 여러 학술적인 근거를 토대로 하여 인간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과 이성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사태를 두고, ‘21세기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예상한 새뮤얼 헌팅턴의 이론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저술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슬람에 대한 소개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이슬람과 기독교와 문명의 충돌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지적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 감행될 경우 이슬람권 국가들의 지하드, 즉 성전(聖戰)을 치르기 위한 연쇄적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종교전쟁은 다른 어떤 종류의 전쟁보다도 충격과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대적 신념과 관련된 것이니 양보나 타협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지난 20세기에도 각 종교들이 교세나 신념을
산하대지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해 6·15 남북정상선언이후 고와만 가는 줄 기대했던 민족의 가을빛은 8·15 평양민족대축전 이후 일부 부패언론과 몰지각한 정치인들의 말장난으로 사색(死色)이 되어버렸다. 테러전쟁까지 벌어진 가을을 맞아 더욱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윤이상 선생’일 것이다. 아직도 ‘반국가단체 괴수’로 낙인 평생 조국의 민주화와 평화통일, 번영을 음악으로, 행동으로 옮기다 군사 독재 아래서 무기수라는 희생양이 되었던 사실은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도 그리던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반국가단체의 괴수’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이역만리 독일 땅에서 승천(昇天)하지 못한 상처받은 용(龍)이 된 민족의 지도자가
조선조 숙종 임금이 미행(薇行)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가난한 어느 움막집을 지나다 물 한잔을 얻어 마시며 집안을 살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인데도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웃느냐고 임금이 물었다. ‘풍부하다’고 행복한건 아니다 임금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 집 주인은 ‘이렇게 살아도 빚도 갚을 수 있고 저축도 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소.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구려’라고 했다. 임금은 그 말이 그 집의 형편과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 내시를 시켜 조사를 하도록 했다. 며칠 조사해 보았지만 숨겨둔 재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임금은 그집 주인에게 재산도 없는데 무슨 재간으로 빚도 갚고 저축도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