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전국 사찰에서 대학 입시를 앞둔 수능 백일기도가 회향하는 주간이다. 고3 입시생의 마음은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고 조마조마할 것이며, 부모 역시 자녀를 위한다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될 행동을 삼가며 세심한 나날을 보낸다. 고3이 되면 1년 내내 미역국조차 쳐다보지 않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필자는 봄 학기 새내기들에게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곤 한다. “고3 때 부모님이 1년 혹은 수능 백일기도를 하신 분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이어 어머니의 기도가 실제
최근 조계사 대웅전에 모신 세분의 불상(佛像)인 아미타불·석가모니불·약사여래불을 3년에 걸쳐 새 옷을 입혀드리는 개금불사(改金佛事)를 하고 있다.10월 26일, 1회차로 아미타부처님께 개금을 완성하여 원만하게 이루어짐을 축하하는 점안법회(點眼法會)를 봉행하였다. 흙이나 돌, 쇠, 종이 등 온갖 재료로 불상을 만들어 모시고 예배 공양하면 복덕이 무량하다고 ‘지장경’ 6품과 많은 경전에서 말하고 있다. 이러한 공덕을 쌓는 데 있어 최고의 마지막 장엄은 금(金)으로 하는 것이다.‘금생에 귀한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전생에 불상을 금으로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조계사 도량에는 국화꽃으로 아름답게 꾸미느라 일손이 바빴다. 하늘에는 각양 각색의 극락세계를 나타내는 번(番)이 바람에 휘날리고 마당에는 부처님의 일생을 표현한 8가지 테마로 국화꽃이 화려하게 수놓았다. 10월 15일, ‘형형색색 가을 향연 국화 화엄축제’ 개막과 점안식을 봉행했다. 주지스님을 선두로 국화가 더욱 풍성하고 화사하게 피어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사부대중이 국화꽃에 일일이 물을 주는 관정(灌頂)의식을 했다. 행사 후 보리수 법등 불자들과 도량을 장엄(莊嚴)하게 수놓은 국화꽃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도
기도 후 불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절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나누는 중 주고받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백중기도 중 매주 독송하는 ‘아미타경’에 대한 내용이다.이 경전을 사경, 독송하는 이유는 선망부모와 인연 있는 모든 이들이 고해(苦海)를 벗어나 극락세계에 태어나시기를 간절히 발원하기 위함이다.“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아미타불에 대한 설법을 듣고,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하는 6글자의 명호(名號)를 굳게 지니어 하루나 이틀 혹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흐트러지지 아니하면, 그 사람이 임종할 때에 아미
각 나라의 미풍양속과 불교의 만남은 불교가 중국에 전해진 한나라 때로 2세기 이후 중국 전통문화와 유교·도교(老莊思想)의 사상을 빌려 불교를 해석한 격의불교(格義佛敎)와 깊이 연관돼 있다.민간에서 전해오는 칠석(七夕)은 음력 칠월 초이렛날 밤, 은하수 동쪽의 견우와 서쪽의 직녀가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다리인 오작교(烏鵲橋)에서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애틋한 날을 말한다.옛날 옥황상제가 머무는 은하수 동쪽에 부지런하고 착한 목동(牧童) 견우가 살고 있었다. 옥황상제는 베를 짜는 일을 맡은 손녀 직녀와 견우를 결혼시켰다.결혼 후 두 사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 때면 대형버스 앞 유리에 붙은 ‘삼사순례 OO사’ 안내 문구와 법복 차림의 보살님들이 휴게소를 가득 메운 풍경이 낯설지 않다.지난 한 달간 각 사찰들이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봉행하고 3사순례를 다녔다. 덕분에 맞이하는 절도 분주하고, 다니는 분들도 하루에 3곳의 절에 들러 참배하다 보니 발걸음이 바빴다.불자들에게 ‘생전예수재’의 의미는 윤달이 든 해에 중복되는 한 달을 ‘공달’이라고 하여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하고 이 한 달간이라도 자신의 삶과 수행을 돌아보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채우고, 미처 닦지 못
올해는 음력 6월이 두 번 있는 해이다. 살아서 자신을 위한 공덕을 쌓는 ‘생전예수재’와 돌아가신 부모 형제와 외로운 고혼을 위한 ‘백중 49일 기도’가 함께 진행된다. 부처님 당시 최초의 사찰인 죽림정사를 지어 승단에 기증한 빔비사라왕의 전생 이야기에 귀 귀울이는 윤달이 되었으면 한다.과거 생에 뿟사 부처님이 출현했다. 그 나라를 다스리던 마힌다 왕의 장자로 태어나 출가하여 부처가 되셨다. 당시 부처님께는 세 명의 왕자 동생들이 있었고, 이들은 뿟사 부처님께 석 달간 공양을 올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세 왕자는 부처님과 승가에 공
한여름의 꽃이자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단연 연꽃을 꼽을 수 있다. 연꽃은 불교를 대표하는 꽃인데, 불교의 이상세계인 서방정토 극락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찰을 방문했을 때 법당(大雄殿) 지붕 서까래의 끝부분인 동그란 부분을 연꽃 문양으로 마무리하기도 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시(詩)로서 새겨놓은 주련(柱聯)의 맨 아랫부분을 연꽃 문양으로 마무리하며 출입문의 문살에도 연꽃 문양의 조각을 붙이고 법당 안팎의 벽화에도 알게 모르게 연꽃무늬를 새긴다.법당 안에 들어서면 부처님이 앉는 자리를 연화좌대(蓮花座臺)라고 하는데 연화좌대의 전체
각 사찰에서 하안거(夏安居) 결제와 함께 100일 정진 기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진 기도 중인 한 불자가 집에서 기도할 때 번뇌가 많아 정진이 어렵다고 호소했다.그분의 고민을 자세히 들어보니, 잡념 없이 일념(一念)으로 기도 정진을 하고 싶지만 잘되지 않는 듯했다. 과거와 미래, 또 과거에서 미래로 쳇바퀴 돌듯 잡념이 맴돌아 경전을 읽다가도 자주 놓친다고 하소연했다.우리의 삶에서 번뇌는 왜 이리 많을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지닌 고민의 95% 이상은 지나간 일에 대한 회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 다른 사람
올해는 하안거(夏安居) 결제가 윤월(閏月)이 6월에 든 시기에 있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시작된다. 음력 5월 15일에 결제에 돌입하여 백중이 든 음력 7월 15일에 해제를 하거나 4월 15일에 결제하여 윤달인 6월 15일에 해제를 하게 된다. 대다수 선원에서는 윤달과 상관없이 음력 4월 15일에 결제를 시작하여 음력 윤 6월 15일에 해제에 이른다. 그러나 각 선원의 사정에 따라 음력 5월에 결제하여 7월 백중 날 해제법회를 봉행하기도 한다. 자각 종색선사의 선(禪) 수행을 위한 몸가짐과 호흡법, 마음 자세에 대하여 쓴 좌선
단오라고 하면 창포에 머리 감는 아낙네들, 그네뛰기, 씨름, 쑥떡, 부채 나눔 등이 먼저 떠오른다.옛날 궁궐에서는 관상감 벽사문(辟邪文) 찍기, 내의원 옥추단(玉樞丹) 제조, 단오선(端午扇) 하사 등을 행했다. 이런 단오 풍속은 조선시대 3대 세시기인 경도잡지(京都雜誌)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접는 부채가 세상에 널리 퍼진 계기를 ‘열양세시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영락(永樂, 1403~1424) 연간에 우리나라에서 접는 부채를 진공하였더니 황제가 이것을 보고 그대로 만
부처님오신날은 전 인류에게 오신 큰 스승의 날이다. 부처님께서 우리 에게 오셨기에 불자들에게는 더 말할 나위 없이 기쁜 날이다. 절 마당에 빼곡히 달린 연등을 스치는 산들바람에 나부끼는 소원 꼬리표를 보고 있으면 각각의 크고 작은 각자의 바람들이 느껴진다. 5월 불교대학에 오는 불자님들의 손에는 담임스님과 교수님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화사한 꽃들이 한 아름 안겨 있다. 필자도 평소 존경하는 분을 찾아뵙고 스승의 날 노래와 꽃바구니를 선물했다. 수업 전에는 불자들로부터 스승의 날 노래와 감사 인사를 받았다. 어제는 스승님에게 감사를 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 스승의날 등 감사와 사랑을 나누는 날들이 가득한 달이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은 인류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로, 불자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축하하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전국 사찰들이 연등으로 도량을 장엄하며, 봄 햇살 아래 더욱 환희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연등 준비에 들어간다. 정초기도가 끝난 정월 중순부터 연잎을 나눠주며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불자들은 집에서 연잎을 곱게 말려
전국의 산과 들에서 매화 향기가 봄 바람을 타고 도량을 가득 채웠는데, 그 사이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목련꽃 망울이 활짝 피어 온 도량에 흰 꽃잎이 흩날린다. 따뜻한 남쪽에서 흰색과 연분홍으로 화사한 벚꽃 길이 터널을 이루어가는 완연한 봄이 시작되었다. 봄꽃 나들이를 할 때 벚꽃과 함께 나란히 달린 연등길을 따라 가다 보면 작은 암자가 보이는 풍경이 봄 나들이객에게 낯설지 않다. 특별한 믿음이 없는 이도 절 입구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잔 마시고 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을 내려가기 전, 자신의 앞날을 부처님의 가호에 맡기는 심정
최근 출가·열반재일을 맞아 조계사 법당에서는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고 시민선방을 특별히 개방하여 밤 7시부터 9시까지 선명상에 관심있는 모든 불자들이 명상과 참선 정진을 할 수 있도록 수행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불자 한 분이 명상과 참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지인이 있는데 이런 좋은 기회를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선방에서의 간단한 예절과 규칙을 알려주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호흡에 숫자를 붙여 세는 기초적인 수식관(數息觀)을 알려주었다. 모든 선명상의 기본은 몸과 호흡, 마음이 조화로워야 한다. 이것을
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자로 태어나 음력 2월 8일 29세의 나이에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인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해결하고자 출가하셨다. 이후 많은 수행자와 철학자를 통해 진리를 구하다 더 이상 만족할 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해 극심한 고행(苦行)을 하기로 마음먹고 6년간 피나는 고행에 돌입했다. 하지만 고행으로는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고행을 버리고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에 들어 35세에 깨달음을 얻었다. 그후 45년 동안 불법을 전하다 80세에 열반에 드셨다.출가는 진리를 위해 욕심과 아집을 떠나는 것이며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새해 2월 12일까지 90일간 전국 선원에서 동안거 참선 정진이 이뤄졌다. 사찰에서는 동안거 100기도 입제를 기점으로 정월달 정초 삼재 소멸 기도까지 진행하며 승가와 재가 사부대중이 함께 쉼 없이 정진했다. 원만한 입제와 해제를 위해서는 참선 정진하는 이판승(理判僧)과 사찰의 종무행정을 맡은 사판승(事判僧)이 맡은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 이를 예로부터 ‘이사(理事)가 원만하다’고 하였다. 선방에서는 해제 전날 ‘자신의 허물과 수행을 스스로 털어놓고 대중에게 점검받는 시간’이 있는데 이것을 자자(自恣)라고
전국 사찰에서는 음력 설을 쇤 후 초 3일부터 초 9일까지 정초기도를 봉행한다. 기도 기간에 입춘이 들어있어 입춘일까지 입춘기도를 하기도 한다. 정초기도 기간에는 새롭게 시작되는 삼재자를 위한 삼재소멸 기도 또한 함께 봉행한다. 정초 기도, 삼재소멸 기도, 입춘맞이 기도 등 모든 기도 내용에서는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를 구하는 ‘관음기도’가 주를 이룬다. 새벽기도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사시기도 이후에는 ‘관음예문’을 가지고 관세음보살님의 덕행을 찬탄하며 열 가지 죄업을 참회하는 십악참회 정진을 한다. 저녁예불 후 관세음보살님의 명호
출가 수행자의 집중 수행 기간으로 알고 있는 안거(安居)는 일 년에 두 차례 진행된다. 부처님 당시에도 여름에 3개월가량 안거를 하였다. 경전에 따르면 스님들이 한여름 우기철에 비를 쫄딱 맞으면서 진흙탕을 밟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외도들은 승려들의 품행을 비난하였다. 반면 불교 신자들은 스님들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꼈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아시고 1년 중 우기철인 3개월간은 수행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거나 탁발다니는 것을 자제하고 한곳에 모여서 수행하도록 하였다.안거는 부처님께 받은 수행의 주제를 한곳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공
세계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는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까지 4대 성인 중 가장 먼저 횃불을 밝혀 뭇 생명들의 행복한 삶의 길을 제시하고 인도해 준 분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다.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은 인도 카필라성의 왕자로 태어났다. 싯달타라는 이름의 의미는 ‘일체 모든 것을 성취한 자’라는 뜻이다. 인도에는 사람의 부귀빈천을 4가지로 나누는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가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왕자인데 왜 출가라는 길을 선택했는지 성도재일을 맞아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경전에는 “태자가 태어나자 아시타 선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