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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방관 속 명동성당 앞 1인 시위 스님, 폭언·생명위협 내몰려

  • 사회
  • 입력 2023.05.18 12:25
  • 수정 2023.05.19 20:40
  • 호수 1682
  • 댓글 6

법계도 무단 도용 공개사과 요구하며
명동성당 앞 1인 시위하는 오봉 스님
최근 남성 A씨로부터 지속적인 협박
“휘발유”라며 액체 끼얹고 목탁 부숴
A씨와 동행 여성 “절이나 가라” 고함
A씨 횡포에 시민들 수차례 민원 제기
명동파출소는 “어쩔 수 없어” 반복만
법조인 “공권력의 수수방관 직무유기”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명동파출소 소속 경찰관들. 가해자 A씨가 최근 오봉 스님을 찾아  “휘발유”라며 액체 끼얹고 목탁 부쉈지만 경찰관은 A씨를 
신고를 받고 출동한 명동파출소 경찰관들과 가해자 A씨.

가톨릭의 법계도 무단 도용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는 오봉 스님이 몇 달 전부터 남성 A씨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기물 파손, 심지어 “휘발유를 뿌리겠다”는 등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경찰관이 이를 수수방관하며 몇 달째 A씨에 대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자가 5월17일 오전11시 현장을 찾았을 때도 가해자 A씨는 “땡중 새끼” “너는 인생이 망가질 거야” “X발 X아” “너 (너가 나를 결국)살인자로 만들 거야?” “조계종 땡중 죽어라”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스님에게 고성을 지르며 위협을 가하는 A씨 모습에 명동성당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이를 112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명동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은 A씨를 연행하지 않고 어르고 달랜 뒤 보냈다.

이에 한 시민이 경찰관에게 다가가 “왜 A씨를 그냥 보내냐. 저 사람의 행동이 아주 야비하다”며 “스님의 목탁을 깼다고 며칠 째 자랑하고 다닌다. 어르고 달랠 사안이 아니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경찰관은 “저 분은 노숙자일 뿐이다. 밥을 여기서 먹어야 하니까 저희도 딱히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한 뒤 출동 10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

결국 가해자 A씨는 현장을 벗어난 지 8시간 만에 다시 오봉 스님을 찾아가 미리 준비해 온 액체를 끼얹으며 “이거 신나(시너·휘발성 혼합물질)”라고 말했다. 이에 스님이 200m거리의 명동파출소를 찾아 재차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관에게선 “이미 달아나 어떻게 해드릴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스님만 이날 ‘피해자 진술서’만 쓴 뒤 파출소를 나와야 했다.

오봉 스님이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은 혹독한 추위가 시작되던 지난해 11월11일부터다. 신라 의상 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에 십자가를 매달고 “하늘나라 잔치”라고 왜곡한 사건으로 한국 가톨릭계에 대한 불교계 공분이 커지자 오봉 스님이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스님은 7개월 째 오전 8시부터 오후7시까지 정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A씨가 하루종일 스님 주변을 맴돌며 괴롭히고 있다. 지속적인 신고와 민원에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스님의 1인 시위를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월17일 하루에만 A씨에 관한 시민들 신고가 6차례 이상의 접수됐다. 16일 오후에도 A씨는 소주병을 들고 가 스님을 향해 마치 야구공을 던지는 듯한 포즈를 반복하며 “이를 던지겠다”고 수차례 위협했다. 앞서 12일 오전에는 스님의 목탁을 집어 던져 산산조각냈다. 위험한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된 오봉 스님은 “경찰들에게 인근 CCTV를 확인해서 조치를 취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음에도 ‘민원이 누적되면 조치를 취해보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 A씨, A씨가 대동한 여성이 명동선원을 설치하는 스님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다. 
가해자 A씨, A씨가 대동한 여성이 명동선원을 설치하는 스님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있다. 

- 5월17일 영상. 17:00부터 문제의 A씨와 여성이 등장한다.

이날 오전 9시경 촬영된 오봉 스님의 유튜브 ‘108총림’의 이날 실시간 영상을 보면 오봉 스님을 성당으로부터 쫓아내려는 가해자 A씨의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 가해자 A씨는 한 여성을 동반해 스님에게 등장한다. 이 여성은 스님에게 다짜고짜 “성당 앞에서 왜 이런 것을 하냐. 하려면 산이나 조계종에 가서 해라”며 “왜 그리고 선량한 사람(가해자 A씨)를 살인미수 몰아가냐. 왜 성당 앞에서 난리냐. 조계종에 신고할까”하고 말한다. 가해자 A씨는 그런 여성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킥킥 웃어댄다. 여성이 묵묵히 시위를 준비하는 스님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격앙된 목소리로 “이 아저씨야, 조계종이나 가, 이 X새끼, X발X아”라고 고함을 지르자, 가해자 A씨는 두 사람 뒤편에서 박수를 치며 흥미로워 하는 표정을 보인다.

명동파출소의 유 모 경감은 ‘휘발유’ 사건 직후인 5월17일 오후 7시20분경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출동하니까 이미 용의자가 없었다” “지금 도망가고 그 사람이 없는 데 어떻게 연행하냐” “오전에 있었던 사건은 제가 주간팀이 아닌 야간팀이라 모른다” “전달 받은 사항이 전혀 없다” 등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오봉 스님 유튜브 채널 ‘108총림’ 캡처.

 

- 5월12일 영상. 5:00부터 가해자 A씨가 목탁을 훔쳐 달아나는 장면.

수원·서울동부·대구지방법원 등 판사를 역임한 민학기 변호사는 “A씨의 행위는 명법한 범죄 행위”라며 “재물손괴는 물론, 협박·예배방해죄 등으로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알 수 없는 액체를 몸에 끼얹은 것은 폭행에도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공권력의 수수방관이자 직무유기다”라고 지적했다. ‘형법’ 제42조 손괴의 죄 제366조(재물손괴등)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0조 협박에도 적용된다. 제283조(협박)에 따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류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형법’ 제158조 예배방해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제정 스님은 “A씨의 행동은 죄질이 불량하고 더구나 상습적이다”며 “즉시 구속해도 충분한 상황인데 이를 방치하는 조치를 이해하기 어렵다. A씨가 파출소에 찾아와 경찰들을 매일 위협하고 행패 부려도 지금처럼 수수방관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오봉 스님의 조카 상좌인 조계종 전 사회부장 원경 스님(성북구사암연합회장)도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을 어찌 방치할 수 있냐”며 “이 정도면 공권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치 특정 종교를 비호하는 모양새밖에 안 된다. 스님에게 대형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한편 오봉 스님은 “천주교의 법계도 불법 도용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을 때부터 어려움을 예상했다”며 “그런데 추위와 더위보다 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것은 냉대와 모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 또한 인연 따라 온 것이 아니겠나”라며 “인욕과 정진의 마음으로 견뎌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682호 / 2023년 5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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