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의 선명상 아카데미 제2강이 7월 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열렸다. ‘나의 미래를 내가 알아내는 과학적 방법’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진우 스님은 “고와 락은 한 치의 차이도 없이 같은 크기로 나타난다”고 강조하며 “눈앞의 현상을 인과로 착각하지 말고 고락의 인과를 형성하는 감정의 윤회를 끊기 위해 선명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우 스님의 강의를 요약해 지면으로 전한다. [편집자]
지난 시간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고를 없애는 것’임을 이야기했다. 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고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고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간화선이다. 육조 혜능 스님과 같이 타고난 근기가 높은 사람이라면 문자를 몰라도 스스로 알아채고 그것을 깨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생부터 닦아온 것이 없이는 힘들다. 그러니 오늘은 고의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없애는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감정, 생각, 인식을 통틀어 우리는 마음이라 한다. 경전에서도 마음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원래 불교는 고를 멸하기 위해 출발한 종교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이유도 사문유관에서 나타나듯 인간의 고통을 보셨기 때문이다. 태어나고, 병들고, 죽는 고통, 왜 이런 고통이 생기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출가하셨고 깨달으신 후 처음부터 끝까지 설하신 것도 사성제이다. 즉 고통과 집착, 그리고 이를 없앨 수 있다, 없애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네 가지를 말씀하셨다.

고는 괴로움의 감정이다. 나쁘다, 힘들다, 어렵다 같은 감정이고 이를 통틀어 괴로움이라고 한다. 이 괴로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내가 왜 괴로운지를 알아야 한다.
괴로움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때론 약을 쓰거나 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괴로운 느낌을 없앨 뿐이지 괴로움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부처님은 사실 즐거우려고, 행복하려고 출가한 것은 아니다. 부처님은 출가 전에 왕자였다. 그러니 더 행복하려고 출가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왜 출가하셨을까.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머리도 좋고, 이런 조건 좋은 사람들을 우리는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 조건도 금생에 끝나버린다. 아무 노력 없이 타고난 조건들은 일시적이다. 그런가 하면 아주 어려운 조건에서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이 마냥 행복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조건이 어려운 사람들이라고 모두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행복하고, 왜 누군가는 괴로운 삶을 살아갈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고락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고락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고의 총량과 락의 총량은 0.1g도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행복과 괴로움이 나타나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1초 안에 고락이 나타나기도 하고 한 시간, 하루 때론 1년, 일생, 삼세로까지도 이어지며 고와 락이 출렁인다. 그러니 지금 좋다고 해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그만큼의 괴로움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다.

단, 내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에서의 고락과, 인과에 따라 나타나는 고락은 별개의 것이다. 이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것이 대승불교의 진리다. 모든 경전이 가르치는 것은 지금 내가 보고 듣고 있는 이 현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것을 오해하면, 현상을 연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현상은 별것 아니다. 그 현상에 현혹되면 안된다. 내가 지은 업으로서 고락의 발현은 지금 내 앞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는 별개다. 따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현상에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여러분도 많이 알고 있는 ‘수처작주 입처개진’을 보통은 ‘어느 곳에서든 내가 주인공임을 알아라’로 직역된다. 그렇게 말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왜 내가 주인공인,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해석해 보자. 어느 곳에서든 고락이라는 감정의 윤회가 완전히 사라지고(업멸) 중도의 마음 상태가 되면 이때든 저때든, 여기든 저기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가 바로 주인공이니 그러한 주인공이 되라는 뜻이다. 즉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상태가 좋고 싫은 순간 업과가 생긴다.(그 업과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이 육근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 반드시, 그 즉시 괴로움이 생긴다. 그 괴로움은 유식에서 말하는 아뢰야식, 업장식 속에 저장이 되었다가 언제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나타날 것이다. 젊어서는 젊어 좋았던 것이 늙어서는 늙어 괴로운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인과가 늙어서 나타날 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생겨나고 나타난다.

이처럼 고의 원인은 즐거움이다. 이 고락이 반복되는 것이 윤회다. 천당과 지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현상일 뿐이니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기분이 좋으냐 나쁘냐이다. 문제는 나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나타난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증명할까? 낮과 밤이 그렇고 밀물과 썰물이 그렇고 일출일몰이 그렇고 나고 죽음이 그렇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 감정도 다르지 않다. 이 감정이 생기면 저 감정도 생긴다. 그것이 발현되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이것을 정확히 이해하면 그때부터는 모든것이 술술 풀어진다. 감정의 본질을 알아야 내가 지금 왜 화를 내는가, 왜 기분이 나쁜가, 왜 기쁜가, 왜 슬픈가를 스스로 알 수 있다.
이를 깨달으신 부처님은 고락의 질량이 제로다. 즐거움이 사리지고 괴로움도 사라졌다. 이를 해탈이라 하고 중도라 하고 견성이라고 한다. 고락이라는 윤회의 반복을 끊은 것이다.
여러분도 이것을 철저히 이해하고 체득하고 믿어야 한다. 그것이 신심이고 그것이 불심이다. 무작정 부처님 앞에 엎드리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을 철저히 믿는 것, 고락이 반복 윤회하니 이것을 끊어내면 견성 성불이고 그것이 중도심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보면 잘해야 할 것, 성공해야 할 것, 애써야 할 것 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상일 뿐이다. 그러니 잘하고, 성공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마음이 평안해지지는 않는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는 먼저 이 고락에 대해 확실히 알아야 한다. 완전히 체득돼야 한다. 일이 안 돼서 기분이 나쁘다면 그 일은 현상일 뿐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특정할 수 없다. 삼라만상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지 내가 생각하는 특정한 원인과는 상관이 없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 알 수가 없고 자꾸 변하고 바뀌니 실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착각한다. 너 때문에, 또는 무엇때문이라고.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해 결과가 생기는 것이 아님에도 우리는 착각한다. 나의 좋은 감정, 나쁜 감정, 고락은 내가 지어서 생긴 것이다. 너 때문에 좋고 싫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고락이라고 하는 감정의 종자를 우리는 이미 갖고 태어난다. 그 감정의 종자 때문에 나타나는 감정이지 내가 생각하는 현상이 원인은 아니다. 내가 감정의 종자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어떤 현상에도 내가 유혹되지 않고 끄달리지 않을 것이다. 감정이 일어나지 않으니 괴로울 일도 없다. 감정의 종자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간화선이 가장 좋은데 그것은 근기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려울 수 있으니 우선은 선명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름하여 행복이라 하고, 이름하여 평안이라고도 하는, 괴롭지 않은, 고통스럽지 않은 상태가 되기 위해 선명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현상은 결코 혼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엄청난 시간과 공간이 중첩돼서 나타난다. 나비효과와 같이 현상은 수 많은 원인들의 연결의 결과다. 이런 현상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다음 시간에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진우 스님에게 질문 있습니다]
질문 1> 선명상이 힘듭니다. 몰두하기 어려운데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집중할 수 있을까요.
진우 스님> 선명상을 하루에 5분 이상 꾸준히 하세요. 아무 때나 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세요. 잡념이 들면 들어오는 그대로 그 잡념을 살펴보면서 그때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를 살펴봅니다. 그러면 마음이 잔잔해짐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나중에는 그게 능숙해질 것입니다.
질문 2> 마음공부나 명상을 해봐도 할 때나 안 할 때나 마음이 힘듭니다. 그런데도 계속 정진해야하는 이유는 뭘까요.
진우 스님> 진짜 정진을 안해서입니다. 기도를 계속 반복해서 하는 것을 정진이라고 하는데 계속해야 합니다. 했다, 안했다하면 안됩니다. 힘들어도 좀더 계속 해 본 다음에 다시 봅시다.
질문 3> 선명상이 치매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까요?
진우 스님> 당연합니다. 고요한 상태에서 관(觀)한다는 것은 견(見)과는 조금 다릅니다. 관한다는 것은 고락이라고 하는 인과 감정의 상태를 배제한, 그래서 고요한, 적멸의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이 정진인데 꾸준히 하면 당연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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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736호 / 2024년 7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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