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오른쪽 위부터 이찬우, 변규백, 이종만, 반영규씨.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회 때마다 부르는 ‘삼귀의’, ‘사홍서원’ 등 의식곡만이 아니라 봉축 행사때 들을 수 있는 ‘오늘은 좋은날’까지 우리가 무심코 부르고 듣는 불교음악 뒤에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땀흘리며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식에 장엄함을 더하고 신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용한 절에서 무슨 음악이냐며, 아이들에게 노래 가르치고 작곡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스님들도 계셨죠.” ‘청법가’를 작곡한 이찬우 씨가 대학시절, 작사가인 운문 스님을 만나 절에서 스님들과 생
비가 온다. 이런 날 나는 방안 널찍한 창문을 활짝 열고 차 한 잔 마시며, 생기로운 채소밭을 바라보곤 한다. 비가 오고 나면 채소도 채소지만 온갖 야생풀들이 한뼘은 족히 자란다. 채소밭에 너무 큰 풀들은 뽑아 주는데 한참 풀들을 뽑아주다 보면 뿌리가 얼마나 길고 굵은지 세상 위로 올라온 것의 몇 배 이상은 됨직한 뿌리를 보면 섬짓 이네들의 생명력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뽑아낸다는 것이 어떨 때는 참 미안하기도 하고 저 녀석들도 다 이유가 있어 피어오르는 것인데 하고 생각하면 풀 뽑는 일도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그래서 될 수 있다면 풀도 그대로 함께 자랄 수 있도록 내버려 둔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저 채소들에게도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도 될 것이고, 또한 함께 자라주는 따뜻한 이웃이고
박사 논문을 준비하면서 최근에 『법화경(法華經)』의 오백 제자 수기품 (五白弟子授記品) 을 다시 보게 되었다. 법화경은 개인적으로 참 인연이 많은 경전인데 보면 볼수록 그 깊이와 오묘함에 놀라고 또 놀라는 경이다. 오백 제자 수기품의 내용은 부처님이 아라한 제자 500명이 일정한 세월이 흐른 뒤 모두 부처가 될 것이다라는 수기를(授記) 주시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수기라고 하면 부처님께서 당신의 제자가 언제 어느 때 부처의 도를 이룬다 하는 일종의 예언 혹은 부처님의 보증을 말한다. 경전에 의하면 수기를 받은 아라한 제자들은 너무 기뻐서 펄쩍 펄쩍 뛰어 다녔다고 적고 있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아마도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나는 다른 아이들에
미국 뉴욕에도 봄이 오는가 보다. 벌써부터 따스해진 햇볕이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겨울동안 몸을 칭칭 감고 있던 거추장스런 털모자와 두꺼운 승복을 훌훌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공원과 산으로 산책을 나섰다. 열쇠, 지갑 등 몸에 항상 소지했던 거추장스러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최소한의 옷만 두른 채 가벼워진 몸으로 봄이 오는 길목에서 대자연과 만나고 싶었다. 봄의 햇살이 얼굴에서 온몸으로 퍼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따뜻한 기운을 내려주는 해님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즐거운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노란색 튜울립 한 다발을 샀다. 봄의 기운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튜울립은 보스턴의 하버드대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때 나에게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아들이 제가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려 해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무엇보다 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꾸만 화가 치밀어 올라 괴롭던 중 주위 분에게 참선을 권유받게 되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참선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불교에는 참선, 염불, 기도, 봉사활동 등 다양한 수행방법이 있으며, 모두 마음을 깨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중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참선'은 몸을 바로잡고 마음을 바라보는 수행법입니다. 먼저 '참선(參禪)'이란 말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면 '참(參)'은 생각함을 뜻하고, '선(禪)'은 산스크리트어 '디야나(dhyana)'에서 나온 말인데 뜻은 역시 '사유함'입니다. 따라서 '참선'이란 '깊이 사유함'이라 정의할 수 있겠지요. 우
회복지라는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다양한 공간과 긴 시간을 지나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를 가장 성숙시킨 것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지 포기하지 않았을 뿐인데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결과가 발생한 경험이었다. 하나의 상태를 유지해왔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그 지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른다. 이 전환점을 통하여 한 상황은 다른 상황으로 질적 변화를 겪게 된다. 계속되는 자극에 끄떡없이 지켜지던 균형상태가 어느 한 순간 여태까지의 자극의 총량보다 더 크면서도 질적으로 차이나는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계속 노력하면 언젠가 결실을 맺게 된다고 강조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오랫동안 한가지 일을 해왔던 장인이 가진
남들은 잠자리게 들 시각인 밤11시. 작업복을 갈아입고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내를 뒤로하고 대문을 나선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인다. 오늘밤은 경주행 화물열차를 운전하여 400리 길을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무거운 짐을 가득 실은 나의 철마는 새벽1시 영주역을 출발하여 빗속을 달린다. 언제나처럼 보례진언을 시작으로 삼보님께 인사하고 금강경을 독송한다. 평소에는 경전을 두 손으로 받잡고 독경하나 운전 중에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 그냥 암송할 수 밖에 없다. 수시로 무전기를 취급해야하고 신호 확인도 해야하지만 독송은 계속된다. '형님, 저… 얘기하나 해도 될까요' 3독 하는 한 시간 반이 무척 지루했나보다. '무슨 얘긴데' '제 결혼 상대자가 요즘 기독교에 빠졌는
월간 「불광」-명사들 옥고 '눈길 올 2월 6일 현재 방문 횟수 40만 번 이상을 자랑하는 '부루나 사이트'(www.buruna.org)의 운영자 서재영(동국대 강사) 씨가 자주 들리는 불교 사이트(북마크)는 무얼까. 자료의 정확성과 정기적인 데이터의 업그레이드를 사이트 운영의 기본으로 여기는 서 씨는 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ebti.dongguk.ac.kr)와 월간「불광」(www.bulkwang.org)을 자신의 '1, 2위 북마크'로 추천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전자불전연구소 사이트는 경전 자료가 정확하기 때문이고「불광」은 자료 업그레이드가 지속적이면서도 신속하다. 서 씨의 북마크 1위인 전자불전연구소 사이트의 강점은 한글대장경에 관한 자료가 풍부하면서
2002년 초봄 양평 수종사 삼정헌 박정숙 ·대한민국불교사진협회 회원 ·96년 「월간 사진」 초대작가 011-9779-8919
14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한국 스님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한국불교를 배우기 위해 한국 사찰 기행에 나섰다. 미국 조지아대학(The University of Georgis)의 최우수학생 프로그램 (Honors and Flellows Progrum oundation Fellow) 연수차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3월16일부터 23일까지 7박 8일간 한국 불교의 정신과 문화를 접했다. 조지아 대학생들의 첫 행선지는 경주 불국사. 불국사에서 이들을 처음으로 반겨준 것은 일주문 안의 사천왕상이었다. 우락부락한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는 사천왕상을 향해 장난기가 발동한 청년들은 눈을 한 번 찡긋해본다. 이들이 석굴암에 도착했을때 토함산은 안개속에 갇혀 앞사람의 그림자조차 희
문명과 도시는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는 모두 강을 끼고 있다. 앙코르 제국이 그곳에 터를 잡은 것은 톤레삽 호수가 있기 때문이다. 씨업리업 도심에서 남쪽으로 15Km 거리에 있다. 전지 크기로 된 4천만분의 1인 세계지도에도 표시될 만큼 동양 최대의 담수호이다. 배를 탈 수 있는 입구 마을은 무척 어수선하고 남루하다. 비포장 둑방길을 따라 양쪽으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원두막 수준의 가옥들, A형 텐트 같은 집들이 위태롭게 늘어서 있다. 어딜 가나 풀풀 날리는 흙먼지, 쪼르르 달라붙는 행상 아이들 일색이다. 아이들을 헤치고 배들이 늘어서 정박해 있는 곳으로 간다. 15명쯤 탈 수 있는, 바나나 껍질 같이 생긴 길죽한 동력선
이산가족이 남과 북에서 서로 만나고, 또 남북이 서로 통하는 도로가 닦여지니 통일의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최근 북한 핵 문제로 시비가 분분하다. 미국이 이 문제로 북한을 응징하겠다고 하니 전쟁이 또 다시 이 땅에 들이닥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작년에 우연히 서점에서 류춘도 선생의 시집 『당신이 나입니다』를 구해 읽게 되었다. 류춘도 선생은 육이오 전쟁 당시 의대생이었는데 북조선 군의관으로 종군하였다. 그러다 인민군 퇴각 때 포로로 잡혔다 풀려난 후 남한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오신 분이다. 70이 넘은 저자는 지난 50여 년 동안 전쟁에서 겪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혼자 간직하고 살았다고 한다. 이 시집은 그동안 감추고 살았던 자신의 고통을 시로 토해낸 책이다. '나는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