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밤이다. 나는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하니프 쿠레이시의 소설 ‘친밀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사랑·열정 사라진 상대와한 공간서 사는 무감각 상태아이들 크는 재미로 사는 것이인생이란 상식에 실망한 주인감정에 솔직하려고 떠날 결심 동감 어려워 읽는 내내 거북익숙한 관계 깨버리는 독백이진리 찾아 떠난 수행자와 겹쳐집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은 한 집안의 가장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인 40대 제이. 그에게는 두 아들의 엄마인, 6년을 함께 살아온 파트너 수전이 있습니다. 정식 부부관계가 아닌 만큼 이들은 자유로운 연애를 했습
살면서 깊은 슬픔에 빠져본 적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배신을 당하고, 자신이 조금도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미워하는 사람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엮이고…. 슬픔의 내용과 빛깔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 무게만큼은 누구에게나 같을 것입니다. 너무 무거워서 가슴이 짓이겨지는 것 같고, 심장이 조여오고 어깻죽지가 내려앉고, 숨이 막혀서 헉헉대지만 그 보따리를 어디에 어떻게 내려놓아야 할지 몰라 마냥 짊어지고 있습니다.저마다 슬픔 빛깔 다르지만무게만큼은 누구나 같은 것아픔·고통 가득한 세상서상대 슬
하루도 쉬지 않고 중국과 관련한 뉴스가 매스컴에 오르내립니다. 사람도 많고 땅도 넓으니 기이한 일도 많이 벌어지지만 그래도 뉴스를 통해 만나는 중국의 오늘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입니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서 여느 자본주의국가 못지않게 부와 향락을 누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연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입니다. 이런 중국을 보면서 불과 4, 50년 전 문화대혁명의 처참한 광풍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중국 사람들이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할지가 굉장히 궁금합니다.문화대혁명 몰아친 광풍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소련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군과 그야말로 나라의 운을 걸고 한판 전쟁을 벌였습니다. 역사책에서는 이 전쟁을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독소(獨蘇)전쟁, 또는 승리한 소련의 입장에서는 대조국전쟁(大祖國戰爭, the Great Patriotic War)이라고 부릅니다.전후세대 작가의 전쟁 이야기영웅 무용담·인물 위주 증언은남자들이 말하는 남자의 시각수많은 여성들 만나 증언 기록여성의 시각·목소리로 재구성죽음과 참상 속 다시 본 전쟁은지극히 인간적인 고통의 회고록“인간 역사 읽는 새로운 방식”승리를 거둔
“사랑이 뭐예요?”누군가가 이렇게 당신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스물 다섯 청년 철학자가 쓴 사랑에 대한 치밀한 관찰일기비행기서 아무 정보없이 만나 한시간만에 사랑하게 된 그녀사랑의 진행과정 속에서 이뤄진“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고민타인으로부터 무장해제 당하며끊임없이 당면하는 자아 발견결국 사랑의 정의는 사랑일 뿐‘이뭣꼬’만큼이나 우리를 당혹시킬 이 질문에 우리 시대의 작가 김훈은 그의 글 ‘바다의 기별’(‘라면을 끓이며’에 수록)에서 이렇게 정의내리고 있습니다.“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모든,
한때 사람들은 변심한 애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따졌습니다.“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지만 정답은 “사랑은 변하는 거야”였고, 이 말은 광고문구로 등장해서 꽤 많은 호응을 불러 모았습니다.사랑은 변한다. 세상 모든 것이 덧없기 짝이 없는데 사랑이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사랑은 변하는 겁니다. 이건 진리입니다. 그런데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해야 합니다.“사랑은 늙지 않습니다.”세월이 늙고, 사람이 늙고, 시대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습니다. 그걸 세월로 증명해보인 이가 바로 플로렌티노 아리사입니다.무려 51년하고도 9개월 4
중국작가 루쉰(魯迅, 1881~1936)의 작품을 읽을 때면 마음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 합니다. 그의 작품은 현실을 지적하고 아주 따끔하게 비판하기 때문입니다. 그 매서운 비판의 대상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중국인민들입니다. 사실 그동안은 대체로 백성이란 아는 것도 없고 배운 것도 없기 때문에 등 따습고 배부르면 그만이기에 그저 황제의 성은만을 기다리며 낮게 허리를 굽히면서 살아가는 존재로 여겨졌습니다.중국 작가 루쉰의 자전적 소설19세기 말~20세기 중국인민에세상 속 모순·부조리 일깨워희망 전하기 위한 신랄한 비판20년만에
‘사회지도층인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 말에는 권력이나 금력이 아니라 그가 속한 시대의 정신적인 가치를 주도해나가는 인물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이 사회지도층인사에는 나름 특정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는데 대체로 법조인, 교육자, 의사 등이 들어갑니다. 이들은 이권에 초연하고,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 있으며, 절망적인 처지에 놓였을 때 마지막 구원의 손길을 드리워주는 사람들이라고들 믿어왔습니다.‘사회지도층’ 의미 되짚는 작품 영국 시골의사 ‘사샬’이 주인공마을사람 삶까지 보듬는 자세 고통 알아주는 진정성 지녀마을공동체 속 존경
독일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 읽어보셨나요? 영화로도 제작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열다섯 살 소년 미하엘과 서른여섯 살 난 여자 한나와의 진한 애정으로 시작합니다. 외로움에 찌든 여자가 아직은 어른의 보호를 받아야 할 청소년을 욕정의 대상으로 삼아 맘껏 농락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소년이 책 읽어주던 한나7년 만에 법정에서 재회유대인 여성들 죽음 이끈 죄로법관된 소년 앞에 죄인으로 서문맹 숨기고자 애쓰다 종신형수감 중 글자 배워 죄 무게 자각가석방 다음날 스스로 목숨 끊어학교를 다
1960년 소설가 지망생인 한 여성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듬해 이 35살의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깁니다. 세상에 처음으로 내민 작품으로 엄청난 상을 거머쥐게 된 것이지요. 그 작품의 이름은 바로 ‘앵무새 죽이기(원제, To Kill a Mockingbird)’입니다.35세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퓰리처상 수상 영광 안긴 작품경제대공황 겪던 1930년 미국여섯살 소녀 스카웃의 성장기흑인 향한 사회적 차별 속에서 정의·양심 지키려는 아버지흑인 변호 맡았지만 결국 유죄이웃의 질시·위협 당하면
아주 오래 전, 인도 코살라국의 수도 아요디아에는 어질고 용감한 다사라타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나라는 풍요롭고 백성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다사라타 왕에게는 딱 한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자식이 없다는 것이지요.인도 코살라국의 사랑 이야기다사라타 왕의 아들 라마 왕자 세상 가장 아름다운 시타 공주첫 눈에 반해 부부의 연 맺어둘째 왕비의 방해로 왕위 대신14년간 숲속으로 추방 당해 아수라에 납치당한 시타 구하는인간vs아수라 전쟁에서 승리극적인 스토리에 웅장한 잠언들인도 신화 매력에 푹 빠지게 돼현자의 도움으로 희생제를
1959년 11월 중순.미국 콜로라도 주 경계에서 동쪽으로 1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시골마을 홀컴은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이 마을에 있는 리버 밸리 농장의 주인은 매우 건실한 마흔여덟 살의 허버트 윌리엄 클러터입니다. 그는 건장한 체격을 지녔고, 최고 부자는 아니었지만 마을 사람 누구나가 인정하는 부유한 농장주입니다. 오래 전부터 신경성 질병을 앓고 있는 병약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두고 있고, 현재 열여섯 살 사랑스런 셋째 딸 낸시와 그보다 한 살 적은 아들 캐년과 단란하게 살고 있습니다.클러터는 모범적
1940년대 중반의 어느 해 4월16일 아침, 프랑스의 오랑시에 살고 있는 의사 베르나르 리외는 진찰실 밖에서 죽어 있는 쥐 한 마리를 목격합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이렇게 한 마리 죽은 쥐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미 대재앙은 시작되었지요.‘페스트’로 대재앙 닥친 오랑시하루 아침에 죽음의 도시로 전락자신의 일 묵묵히 수행하는 의사탈출 시도·병에 저항하는 기자저마다 다른 심리 생생하게 묘사자유 빼앗긴 채 폐쇄된 도시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현실메르스 직면한 우리사회와 같아불행한 사람에 대
제따바나는 인도 코살라국의 제따 왕자와 아나타핀디까 장자가 마음을 모아서 승가에 기증한 승원이름입니다. 코살라국에 붓다의 가르침이 널리 퍼지게 된 반석 역할을 한 곳이지요. 이곳에는 언제나 많은 스님들이 머물고 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제따바나 승원 수행자가 주인공출가 전에는 고용살이에 힘든 삶 누더기옷·쟁기 하나가 전재산탁발하던 스님 권유로 출가 인연낭갈가꿀라 스님으로 새로운 삶사람들 존경 받으며 인생 역전나태해 질때마다 과거 되새겨초발심 찾기 위해 숲으로 향해출가할 때 버린 누더기·쟁기가 수행 의지 다지는 마음 속 스승그런데 어
자정이 넘은 시각.책상 앞에 앉은 젊은 아비에게 잠든 아이들의 숨소리가 건넌방에서 들려옵니다.세 아이의 젊은 아버지 주인공 결핵이 불치병으로 알려진 시절아내에겐 병명 숨기고 홀로 간호직장·집·병원 오가며 고군분투아이와 함께 심하게 앓던 날결국 아내에게 결핵임을 밝혀완쾌 전엔 아이들 보지않겠다선언한 아내 결국 임종 맞아죽음과 싸우던 처절한 시간 딛고 아이들 위해 아내의 마지막 기록죽음 극복한 깊이 있는 삶 당부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 든 아이들의 고른 숨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달해집니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들으면 그 따뜻
“그 돼먹잖은 의붓아버지란 작자는, 초저녁부터 어머니와 흘레붙기를 잘하였습니다.”어머니가 성상납으로 마련한폐차 직전 버스에서 사는 소년가난한 삶의 무기력에 찌들어아버지 죽고 찾아온 의붓아버지우악스럽게 폐품 모으는 인생소년에게 도둑질 망보도록 강요들킨 순간 소년이 보인 독기에진정한 부자 사이로 거듭나 세상에 맞서며 사는 모습으로 소년의 뇌리에 ‘거인’으로 각인비록 착하게 살지는 못하지만거부하는 소년의 몸짓 장해보여김주영의 단편소설 『도둑견습』의 첫 문장은 이처럼 상상조차 하기도 부끄럽고 민망한 러브신을 ‘고발’로 시작합니다. 방 한
스물 한 살의 로라는 일명 ‘리뷰왕’입니다. 로라가 활동하고 있는 사이트는 값비싼 수입 의류나 핸드백, 지갑, 구두와 같은 제품의 사용후기를 공유하는 패션정보 사이트인 ‘세일즈 프로모션’입니다. 스물한살 ‘리뷰왕’이 주인공구매욕 자극으로 돈 벌다가백화점에 덜미 잡혀 빚더미가구공장 사장인 아버지는홈쇼핑 간 경쟁으로 폐업대기업 굴레 맴돌던 부녀자본 횡포 속에 함께 몰락결국 온 가족 ‘알바’로 연명자본·노동의 악순환 속에서피해자는 돈·힘 없는 서민부조리 현실적으로 보여줘로라는 이곳에 제품 사용후기를 올려서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바싹 끌어올
중국 화이허강 주변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쑨궈민(孫國民)은 농민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마을에서는 그래도 글깨나 읽은 사람 축에 속하지요. 그는 동갑인 착한 아내 쑤구이펀(蘇桂芬)과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중국 농민 쑨궈민이 주인공 1가구 1자녀 정책 감시 피해고향 떠나 떠돌이 생활 시작넝마 주워 파는 어려운 형편에도5남매 구걸행위는 단호히 막아 악기 연주로 형편 나아지지만돈 쓰는 법 없이 궁색한 삶 유지마지막 문장서 밝혀지는 이유독자들 가슴에 큰 울림 전해바지런하고 손재주가 있어서 농사도 잘 지었을 뿐만 아니라 수르
1945년 8월15일 마침내 일제가 항복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들은 지독했습니다. 남의 땅에 무단으로 쳐들어와서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빼앗았습니다. 이 땅의 주인들은 저항 한 번 못 하고 고스란히 다 내줘야 했습니다. 그랬던 시절이 이제 끝이 났습니다.해방을 맞아 이 땅 38선 남쪽에는 미군이, 북쪽에는 소련군이 들어왔고, 저들의 통제 아래 그럭저럭 새로운 질서가 잡혀가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패전한 일본인들의 입장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이제 서러움과 모진 학대는 저들 차례가 되었습니다.월북작가 허준의 중편소설 은
읽고 나서 감히 리뷰를 써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입니다. 조르바는 보통 사람들의 격과 틀을 넘어서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자유롭습니다. 너무 자유로워서 조르바는 자유 그 자체입니다. 자유 그 자체이니, 조르바에 대해 뭔가 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럼에도 조르바를 말해보고 싶습니다.보통 사람 격과 틀 넘어선 존재 자유 상징이자 그 자체인 인물‘두목’이라 불린 책벌레 청년에갑작스레 나타나 ‘동행’ 자청‘붓다’ 되고자 노력하는 청년과붓다 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