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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고산당 혜원 대선사 원적 1주기 부도 제막식

  • 교계
  • 입력 2022.03.14 19:07
  • 수정 2022.03.15 09:21
  • 호수 1625
  • 댓글 0

3월13일, 경내 염불원 옆 부도전 조성
최인수 조각가 ‘불식촌음(不息寸陰)’ 부도 제작
추모 헌시·추모 공연 등 올려
팔영루에서 추모다례재 엄수

 

“당신의 귀를 지나갔던 지리산 쌍계사의 물소리여, 그 물로 달인 차 한잔, 달빛 묻은 문고리 당겨 스님 방에 넣어드리고 싶네.” - 황지우 시인 작(作), 고산 대선사 헌사 중

고산당 혜원 대선사의 원적 1주기를 기리는 날, 지리산 일대에는 긴 가뭄 끝에 쏟아진 감로의 빗방울이 도량을 적셨다. 평소 꽃을 좋아했다는 대선사의 추모일에 맞춰 공양을 올리듯 봄을 알리는 꽃들이 부도전 주위를 장엄했고 경내 팔영루 옆 매화도 만개해 꽃잎을 떨구었다. 1년 전 흐드러진 벚꽃 비를 타고 홀연히 지수화풍으로 자취를 감춘 날처럼 이날도 대선사의 가르침은 봄비 속에서 오롯한 법향(法香)을 피웠다.

 

쌍계총림 쌍계사(주지 영담 스님)는 3월13일 경내 일대에서 ‘쌍계사 중창주 고산 대선사 열반 1주기 부도 제막식 및 추모다례재’를 봉행했다. 이 자리에는 쌍계사 주지 영담 스님을 비롯해 고산문도 및 쌍계사 본·말사 사부대중이 두루 참석해 대선사의 가르침을 새겼다. 법회는 경내 염불원 옆에서 고산당 혜원 대선사 부도 ‘불식촌음(不息寸陰)’ 제막식 및 추모식을 가진 데 이어 팔영루에서 열반 1주기 추모다례재를 올리는 순서로 이어졌다. 

 

쌍계사 주지 영담 스님은 고산 문도를 대표한 인사말에서 “큰스님의 영결식 때도 봄을 알리는 비가 쏟아졌고 1년이 지난 오늘의 추모일에도 오랜 가뭄의 끝을 알리는 단비가 내리는 것은 큰스님의 덕화”라며 “문도회와 쌍계사 본·말사, 대선사님과 인연 있는 사부대중의 발원과 원력이 모여 은사 스님의 1주기를 맞아 부도 불사가 원만히 성취된 만큼 ‘불식촌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대선사님의 가르침을 새기며 그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수행과 정진, 전법도생에 힘쓸 것”이라고 원력을 전했다.

 

이날 제막식을 가진 고산 대선사의 부도는 조각가인 최인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조성했다. 최 교수는 “고산 대선사님의 부도는 쌍계사의 창건 이념인 선(禪), 교(敎), 율(律), 차(茶)와 범패(梵唄)를 바탕으로 큰스님의 견고한 성품과 강한 의지력을 형상화했다”며 “부도의 명칭 ‘불식촌음(不息寸陰)’에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큰스님의 가풍을 후학과 사부대중이 깊이 새기자는 의미를 실었다”고 설명했다.

제막식에 이어진 추모식에서는 황지우 시인의 헌시 낭독과 강은일 음악감독의 추모 공연이 이어졌다. 황 시인은 김금련심 혜원정사 다도회장이 대신 낭독한 ‘고산대선사 헌사’에서 대선사를 향한 그리움을 전했다. 추모 공연에서는 강은일 감독이 제자들과 함께 영산대개계(靈山大開啓)와 아랫녘 수륙재 범패 중 홋소리, 고산 스님의 염불을 바탕으로 재해석한 범패곡 ‘옥추천강(玉皺千江)-옥은 천강에 물결치고’를 연주했다. 1200년 전 범패가 시작된 쌍계사에 울려 퍼진 옥같이 청아한 범음이라는 의미가 해금 선율로 표현됐다.

 

고산당 혜원 대선사는 1933년 경남 울주군 상북면 천전리에서 태어났다. 1945년 범어사 동산스님 문하에 출가, 1948년 사미계와 1956년 비구계를 수지한 후, 고봉 선사로부터 선교일여도리(禪敎一如道理)를 배웠다. 1975년 삼신산 쌍계사에 주석하며 원적에 들 때까지 쌍계사 일신에 앞장섰다. 특히 선, 교, 율, 차와 범패를 일상으로 실천하며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는 고산 가풍을 세웠다. 

1976년 부산 혜원정사와 부천 석왕사 창건, 1998년에는 통영 연화사를 창건하는 등 지역 포교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며 실천불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 무엇보다 1999년 조계종의 혼란기에 사부대중의 요청으로 조계종 제29대 총무원장을 역임하며 종단 안정화에 힘썼다. 2006년 조계종의 최고 법계인 대종사 품서와 원로의원, 2008년에는 전계대화상, 2013년 9월13일에는 쌍계총림 초대방장으로 추대됐다. 그리고 3월23일 오전 8시46분, 지리산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쌍계사 방장실에서 세납 88세, 법랍 74세로 원적에 들었다.

한편 고산당 혜원 대선사의 원적 1주기를 기념하는 추모 음악회가 부산 혜원정사 주관으로 마련된다. 3월20일 오후5시 부산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노래에 담은 그림’이라는 주제로 봉행된다. 

 

하동=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625호 / 2022년 3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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