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마음을 비우고, 생각을 멈추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정작 명상의 종교인 불교에는 ‘명상’이라는 단어가 없다.불교학자들에 따르면 ‘불교 명상’이라는 말 자체가 애초에 모호한 개념이다. 국내의 연구나 불교 서적을 살펴봐도 ‘불교 명상’의 개념을 뚜렷하게 정의한 사례는 거의 없다. 즉, ‘불교 명상’이라는 용어는 자주 쓰이지만, 실제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게 이해되고 있다.하지만 불교 경전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상(meditation)’에 해당하는 정확한 단어가 없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명상을 배우려면 삭발하고 절에 들어가거나, 세상과 인연을 끊은 도인을 찾아가야 했다. 그만큼 명상을 배우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명상은 우리 손안에 들어왔다.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심박수와 뇌파를 측정할 때 나오는 “집중이 유지되고 있습니다”라는 음성이 명상가의 마음을 평가한다. 산사에서 울리던 목탁 대신, 이제는 앱의 알림음이 울린다. 명상이 과학의 언어를 배우고, 그래프와 데이터로 표현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서양의 대중이 부르는 명상의 이름들도 새롭다. ‘시각화 명상’ ‘점진적 이완 명상’ ‘심장 리
1950~60년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명상가의 뇌파를 측정하던 장면은 낯설고도 혁명적인 광경이었다. 뇌파의 진폭이 변하고, 호흡과 심장이 느려지며, 몸 전체가 마치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는 듯했다. 그때부터 명상은 생리학과 뇌과학이 새롭게 주목해야 할 ‘내면의 실험실’이 되었다. 1970년대 허버트 벤슨 박사는 명상을 통하여 몸이 스트레스 반응의 반대 상태, 즉 ‘이완 반응(relaxation response)’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명상은 심박수, 혈압, 호흡률을 동시에 낮추고, 자율신경계를 재조율한다. 이후 수많은
마음챙김은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공동 창립자인 마크 베니오프에게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세일즈포스 사무실에 ‘잠시 멈춤’을 위한 명상 공간을 마련하여 직원들이 업무의 소용돌이 속에서 잠시 쉬며 내면의 평화를 되찾도록 배려했다.베니오프는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다. 그는 21살에 오라클에 입사했고, 25살에는 회사 역사상 가장 젊은 임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눈부신 성공 뒤에 찾아온 것은 성취의 기쁨이 아닌, 알 수 없는 허전함과 공허함이었다. 그때 그는 인도로 떠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빠른 혁신과 높은 성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과도한 경쟁, 업무 과중, 끊임없는 변화로 인한 직원들의 소진(burn-out)이라는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Google)이 선택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명상’이었다. 그 중심에는 다소 특별한 엔지니어, 차드멍 탄(Chade-Meng Tan)이 있었다.차드멍 탄은 본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지만, 단순히 코dlwjdgns 드만 다루는 개발자와는 달랐다. 그는 젊은 시절 티베트 스님의 법문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직원이 행복할수록 더 창의적이고 성과가 높아진다.”현대 경영에서는 이미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직원 복지를 혁신 중이다. 사내 피트니스센터, 심리상담 제도, 탄력근무제 등은 이제 흔한 풍경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여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키워드가 ‘명상’이다.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2010년대부터 명상이 직원 복지 프로그램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은 ‘Search Inside Yourself(내면검색)’라는 마음챙김 기반 교육을 운영했고, 페이스북과 세일즈포스는 사내 명상실을 만들거나 정기
1991년, 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렐라와 에반 톰슨, 그리고 심리학자 엘리너 로쉬는 의식을 연구하는 새 길을 제시했다. 이 방법이 ‘신경현상학’이다. 기존 뇌과학이 주로 뇌 스캔이나 행동 관찰 같은 ‘외부에서 보는 방법’에 의존했다면, 신경현상학은 내면에서 직접 느끼고 관찰하는 방법, 즉 ‘1인칭 관찰’을 중요하게 여긴다.간단히 말해 ‘1인칭 관찰’이란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직접 알아차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표를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거나, 명상하면서 호흡에 집중하는 것도 1인칭 관찰이다.1인칭 관찰은
조 디스펜자의 사례처럼 ‘명상을 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의외로 자주 접할 수 있다. 명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지며 이런 주장이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이 같은 체험을 어떻게 바라볼까?미국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명상의 생물학적 효과를 연구하는 린제이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명상이 스트레스 감소에 영향을 주고, 일부 질병 치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전체는 여전히 블랙박스처럼 미지의 영역입니다.”이 말은 곧, 명상이 몸과 마음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있지만, 그
57세의 데브라는 몇 년 전, ‘무증상 다발골수종’이라는 희귀한 병을 진단받았다. 혈액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었다. 의사는 곧바로 항암 치료를 권했다. 하지만 데브라는 약물이 몸에 남길 부작용이 두려워 치료를 거부했다.그 무렵 친구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상으로 병을 고친 사람이 있어. 한번 해보는 게 어때?” 그 사람은 바로 조 디스펜자였다. 디스펜자는 “명상으로 몸을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왔다. 데브라는 그의 수련회에 참여하기로 했다.디스펜자가 명상으로 병을 고칠수 있다는
몸과 마음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명상’이다.명상은 원래 종교 수행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과학자들은 ‘명상이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줄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허버트 벤슨 박사였다. 그는 1970년대에 ‘이완 반응’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으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집중 호흡 명상으로 차분한 생리적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이를 ‘이완 반응’이라고 불렀다. 1977년, 또 다른 중요한 이론이 나왔다.
명상 수행자 뇌파 연구는 명상이 뇌에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미미했다. 마음이 몸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 시점에 미국의 허버트 벤슨(1935~2022)이 그 증거를 제시했다. 1960년대 후반,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스트레스가 혈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벤슨 박사는,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기 시작했다. 당시 의학계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심박수 증가가 자동적인 생리 반응이며, 이를 마음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통념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벤슨은 푸에르
20세기 초반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진 불교는 전통적 불교 국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것은 과학과 양립하는 불교였다. 당시 불교를 서양에 전했던 지도자들은 불교도 과학처럼 실증주의를 중시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불교와 과학 모두 ‘직접 경험하고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불교의 과학성을 주장했던 대표 인물로 선불교를 전한 일본의 스즈키 다이세츠(1870~1966), 인본주의 불교로 사회참여를 강조한 중국의 태허(1890~1947), 위빠사나를 세계적인 명상으로 만든 미얀마의 고엔카(1924~2013) 등
일상에서 매 순간 깨어있음을 강조하는 틱낫한 스님의 마음챙김은 미국 위빠사나(통찰) 명상 운동의 주축이었던 잭 콘필드의 통찰명상협회(IMS)와 달랐다. IMS는 안거 중심의 정식 수행으로 마음챙김 능력을 키우라고 했지만, 틱낫한 스님은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하라고 독려하였다. 설거지, 청소, 걷기, 먹기 등의 행동이 마음챙김이라고 가르치는 스님의 수행 방식은 도(道)가 삶의 현장을 떠나서 다른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마조 선사의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라는 가르침을 떠올리게 한다. 즉, 스님의 마음챙김에는 선(禪)의 정신이
틱낫한 스님은 1926년 베트남 중부 지방의 유서 깊은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유교, 불교, 도교가 혼합된 베트남 문화를 배경으로, 그는 학문과 도덕을 중시하는 집안 분위기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우연히 어떤 그림에서 부처님의 미소를 본 순간, 형언할 수 없는 큰 기쁨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며 내면의 평화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문제를 풀어나가는 독립적이며 창의적인 성격이었다. 16살의 나이에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미승이 된 그는 자신이 출가한 불교 사원에서 현대적인
지난 2022년에 입적하신 틱낫한 스님은 “마음챙김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마음챙김 명상이 서양 대중에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베트남의 선불교 수행자이자 시인이며 평화운동가인 스님은 마음챙김이 서양사회에 알려지기 전인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마음챙김을 삶의 방식으로 가르쳤다. 스님의 가르침은 존 카밧진을 포함한 서양의 마음챙김 지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가르침은 불교를 넘어, 진정한 삶을 위한 생활방식으로서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명상뿐만 아니라 걷기, 먹기, 호흡, 심지어 설거지까지 마음챙김 수행으로
초월명상은 1950년대에 마하리시 마헤쉬 요기가 도입한 이래 급격히 성장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70년대 초월명상은 ‘미국 어디에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문화적 돌풍을 일으켰다. 1970년대 말, 미국에서만 입문자 수가 100만 명에 가까웠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초월명상 수행자 수는 400~500만 명으로 보이는데, 이는 명상을 배운 개인의 총수를 누적한 결과다. 특정 시점에 활동하는 수행자 수는 더 적을 수 있는데, 현재 구체적인 수치를 구하기 어렵다. 1970년대와 현재를 비교하면 초월
초월명상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값비싼 수업료를 들 수 있다. 초월명상에 입문하여 명상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960달러(한화 약 130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이 정도쯤이야 큰 비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명상 수련을 시작하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러한 도전을 이겨내고 더 높은 경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업료를 내야 한다. 입문 과정의 수수료는 960달러이지만, 가장 높은 수준의 ‘의식 상태’를 얻기 위한 라자 프로그램(TM Rajas)을 추구하는
지난 50년 동안 약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초월명상을 배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명상 운동이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하리시 마헤쉬 요기는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초월명상은 이후에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명상의 효과를 알리는 등 여러 방법으로 명상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였다. 특히 유명 인사들이 초월명상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명상의 인기를 유지하였다. 오프라 윈프리, 코미디언 제리 세인필드, 짐 캐리,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초월명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1960년대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양 사회가 격변을 겪은 시기였다. 암살과 폭력, 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에서는 반전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며 전통적 가치에 대한 거부감이 만연했고, 새로운 사상들이 민주주의적 이상으로 스며들었다. 특히 인종차별과 빈곤해소를 위한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의 사회운동과 남녀평등, 여성해방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이 크게 발전했다. 서양인의 종교적 삶에서도 큰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지배적 종교인 기독교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1950년대 후반부터 기독교의 쇠퇴가
비틀즈는 1968년 인도 리시케시에 있는 마하리시의 아쉬람을 방문하였다. 마하리시는 손님들을 위해 단순한 생활방식을 준비했다. 간단한 식사와 자유시간에 즐기는 음악 연주 외에 그들이 아쉬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매일 함께하는 명상과 초월명상 관련 강의를 듣는 것뿐이었다. 단체명상이 끝난 후에는 마하리시가 비틀즈 멤버 각자를 개인지도 했다. 평화롭고 고요한 환경은 밴드 멤버들이 군중의 환호와 관심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마하리시는 의식 수준의 7단계를 설명했고, 밴드 멤버들이 네 번째 단계인 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