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 3일차 순례가 10월3일 구례 사성암에서 화엄사까지 25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새벽 3시 숙영지를 나선 순례단은 남도의 젖줄 섬진강 물길 따라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화엄대종찰 화엄사로 향했다.
이번 천리순례가 지난해 자비순례와 가장 차별되는 점은 의례의식이 강조됐다는 점이다. 의례는 종교의 성스러움을 더해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고양시켜 주는 필수적인 요소다. 해서 이번 천리순례의 하루는 여법하게 시작돼 여법하게 회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 도량석이 대표적이다. 순례단은 새벽 3시 목탁 소리로 천지 만물을 깨우고 청아한 독경소리로 세상에 부처님의 법을 전한다. 지금 머무는 그 자리가 청정한 도량이자 부처님 계신 자리이며 내딛는 걸음걸음이 부처님 닮아가는 과정임을 일깨우는 시간이다. 이어 오분향례와 칠정례를 통해 삼보에 귀의하고 신심을 북돋는다. 한글반야심경 봉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는 시간도 갖는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 순례 중 공양 때마다 합송하는 공양기도문이다. 기존 공양게의 핵심 내용을 57자로 함축해 일상에서도 활용 가능토록 했다.
천리순례에는 스님뿐 아니라 재가불자도 가사를 수한다. 상월선원 만행결사에서 천리순례용으로 제작한 낙자(絡子)가 재가불자들이 수하는 가사다. 낙자는 오조가사를 축소한 전통 법의 중 하나로 가사색 천에 삼보륜과 ‘삼보사찰 천리순례’ 문구를 새겨 넣었다.


성남 정토사 주지 법원 스님은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현재 군법사, 교법사 등이 상용하는 낙자를 제안해 채택됐다”며 “낙자를 수한다는 건 삼보를 만나고 예경하는 자리에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으로, 이번 순례의 의미를 부여하고 순례대중으로서 소속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례는 동참자들에 대한 축원과 저녁예불을 봉행한 후 삼배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으로 하루를 회향한다.
한편 3일차 회향지 화엄사에는 조실 명선, 주지 덕문 스님을 비롯해 대중스님과 불자들이 순례단을 맞이했다. 명선 스님은 순례대중 한 명 한 명에게 108염주와 단주를 걸어주며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의 발원으로 천릿길 순례에 나선 순례대중을 격려했다.


조실 명선 스님은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원력으로 만행결사에 나선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과 동참대중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 대중들이 화엄사를 찾아준 인연과 화엄사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국민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고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할 희망의 선근공덕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주지 덕문 스님도 “청명한 가을날 화엄문화축제가 열리는 화엄사에 방문해준 순례단을 환영한다”며 “삼보사찰 순례단 전원이 회향하는 그날까지 건강한 몸으로 부처님의 근본정신을 마음에 새기면서 걷는 장엄함을 놓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례=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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