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번의 호각소리가 울리자 붉은색 경광봉이 일제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시 후 뒤쪽에서 빠른 속도로 내달리던 자동차가 속도를 줄여 조심스레 순례단 옆을 지나갔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12번째 숙영지인 경남 창녕 아메리카RV캠프파크에 도착했다. 10월12일 새벽 경북 고령을 출발한 순례단은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27km를 이동해 다시 경남 땅에 들어섰다. 회향지인 불보종찰 통도사까지는 이제 128km만 남겨둔 상태다.


통도사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인도마저 지워진 국도를 따라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순례단의 앞과 뒤, 그리고 중간중간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 안전요원들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도로의 상황을 전달하는 무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눈으로는 도로의 장애물을 확인하고, 손에 든 경광봉으로 외부에 순례단의 위치를 알렸다.
천리순례단의 안전은 동국대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가 나누어 맡고 있다. 서울캠퍼스는 10월1일 송광사부터 9일 해인사까지 책임졌으며, 경주캠퍼스는 10일부터 18일 회향지인 통도사까지 안전요원을 파견해 순례단을 지원한다.


2차 안전팀장을 맡은 권영섭 동국대 경주캠퍼스 중앙지원팀장은 “10명의 안전요원들은 모두 랜턴과 호루라기, 경광봉을 지니고 있다”고 밝힌 뒤 “랜턴으로 순례단의 가야할 길을 알려주고, 호루라기로 사부대중이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발원하면서 순례를 진행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리고, 경광봉은 우리가 하나임을 표현하고 있다”고 안전요원들이 사용하는 3가지 용품의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경주캠퍼스 동료들과 함께 불교중흥 국난극복 더불어 종립대학인 동국대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순례단과 함께 걷고 있다”며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원만히 회향할 수 있도록 순례단 외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후미에는 안전한 순례를 지원하는 또 다른 외호대중이 있다. 바로 동국대의료원에서 파견한 ‘달리는 약사전’ 의료팀이다. 많은 인원이 하루 평균 25km를 도보로 이동하다 보니 물집과 통증을 비롯해 낙상과 같은 보다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순례단이 멈춤 없이 순례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신속한 치료와 대응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팀장 김명숙 동국대의료원 대외협력홍보팀장은 “삼보사찰 천리순례에는 일산병원, 경주병원 등 동국대의료원이 모두 합류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의료팀을 강화했다”며 “순례길에는 작은 통증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만큼 순례단의 회향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소임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온 후 기온이 낮아져 감기환자 발생 등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회향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삼보사찰 천리순례 13일차 순례는 창녕을 출발해 부곡까지 27km 구간에서 진행된다. 순례단은 13일 숙영지인 부곡 로얄호텔에 하루 더 머물며, 14일 ‘포교진흥’을 주제로 한국불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중공사에 참석한다.
창녕=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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