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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순례 6일차] 실상사 맑은 종성 뒤로 하고 깨달음의 길에 서다

  • 교계
  • 입력 2021.10.06 17:28
  • 수정 2021.10.07 13:46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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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단 5일 만에 빨래와 개인정비…실상사 참배로 일정 시작
가파른 길 17km 힘겹게 올라 보조국사 깨달은 '오도재' 도착
지리산제일문에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등 대중 순례단 맞아

고려 보조국사와 조선 청매 선사를 견성으로 이끈 ‘깨달음’[悟道]의 길을 따라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여정에 올랐다.

10월6일 새벽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 6일차 일정이 진행됐다. 하루 전 텐트가 아닌 숙소에서 머물며 5일 만에 첫 빨래와 개인정비 등의 시간을 가진 순례단은 숙영지에서 3km 떨어진 실상사 참배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남원 실상사는 우리나라 선문의 효시인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개창된 천년고찰이다. 개산조 홍척 국사는 통일신라 헌덕왕 때 당으로 건너가 마조 선사의 제자인 서당 지장 스님으로부터 법을 전해 받았으며 도의 국사보다 5년 뒤인 826년에 귀국해 828년에 실상사를 창건했다.

실상사는 남녘에서 가장 크고 깊은 지리산에 깃들어 있으면서도 수만 평의 논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산사가 주는 경관은 없지만, 전북지역 단일 사찰 중 가장 많은 수의 국보와 보물을 지닌 곳이다. 현재 이곳은 조계종 전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을 중심으로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함께 사부대중공동체를 통해 생태와 환경을 테마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실상사 회주 도법 스님은 순례단을 맞이하며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의 실상사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한국불교의 새로운 활로를 여는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총도감 호산 스님은 “순례단 방문에 맞춰 울려 퍼진 실상사의 종성에 그간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었다”며 “종성 공양이 삼보사찰 천리순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무탈하게 회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이후 순례단은 지난 30여년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가 걸어온 길과 이뤄온 성과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관련 회주 자승 스님은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는 미래 불교가 지향해야 할 모델 중 하나”라며 “전국의 주지스님들이 이곳에 방문해 살펴보고 실상사의 다양한 공동체 가운데 각자의 사찰에 어울리는 것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실상사에서 준비한 떡국으로 아침공양을 마친 순례단은 다시 행선으로 경남 함양 오도재로 향했다. 실상사에서 이날 회향지인 오도재까지는 17km 거리에 불과했으나 가파른 오르막길이 대부분이고 내리쬐는 따가운 햇볕은 순례단의 발길을 더욱 무겁게 했다.

오도재에는 고려시대 보조국사가 이 고개를 넘다가 도를 깨닫고, 지리산 삼정봉 상무주암에서 견성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조선시대 삼정봉 기슭 영원사에 주석했던 청매선사도 이 고개를 넘다가 도를 깨달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고개 이름이 ‘오도재(悟道岾)’다. 깨달음의 길을 따라 오도재 정상인 해발 731m의 지리산 제일문을 통과한 순례단은 삼보사찰 가운데 두 번째 방문지인 법보종찰 해인사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리산제일문에는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이 경남 땅에 도착한 순례단을 맞이했다. 현응 스님은 “송광사를 출발해 지리산 시암재와 성삼재, 등구재, 오도재를 넘어 어느덧 법보종찰 해인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이곳에서 해인사까지는 80km 남짓으로 해인사와 교구사찰들은 여법한 순례가 되도록 보필하겠다. 걸음마다 연꽃을 피워낸다는 정진력으로 서원하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법보종찰 해인사 사부대중이 지리산제일문에 내건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환영하는 현수막에 자승 스님이 상월선원 천막결사 도중 글로 썼던 ‘땅이 노래하고 하늘이 춤추니 수미산이 사바세계로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어 순례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행결사의 뿌리인 상월선원 천막결사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것은 물론 그곳이 바로 깨달음의 언덕이라는 뜻의 오도재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컸다.

순례단은 이날 19km를 더해 전체 일정의 3분의1을 마쳤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7일차는 경남 함양지역 30km를 행선해 166km 지점에 도착한다.

함양=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4호 / 2021년 10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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