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종교화 추세와 맞물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위기일 수 있다. 그러나 사찰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1700여년 이어진 역사문화는 불교만의 강점이다. 이런 긍정적 요소를 포교현장에서 잘 활용한다면 결코 한국불교의 미래가 어둡다고만 볼 수 없다.”(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미래 포교의 성패는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인들은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만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있다. 사찰이 현대인들이 겪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김해 동림선원 천조 스님)
“한국문화에서 불교문화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한 포교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다양한 불교문화콘텐츠를 통해 대중들이 불교에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부산 대운사 쿠무다 주지 주석 스님)
10월14일 조계종 포교원과 중앙종회,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경남 창녕 부곡온천지구 로얄관광호텔에서 개최한 ‘한국불교의 미래, 포교의 길’ 토크콘서트는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를 직시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탈종교화에 따른 종교인구 감소와 코로나19 장기화로 법회 등 종교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한국불교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부대중이 한자리에 모여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머리를 맞대고 숙고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한국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염원하며 옛 선지식들의 발자취와 정신이 깃든 길을 따라 순례하고 있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순례 기간 한국불교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제안에 따라 비롯됐다. 이에 포교원과 중앙종회가 ‘한국불교 미래’ ‘포교’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대중들이 쉽게 공감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토크콘서트’라는 방식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을 이끌고 있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은 이날 영상 인사말을 통해 “수많은 역경 속에서 진행된 상월선원 정진결사는 침체된 한국불교에 신심과 원력의 바람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며 “간절함이 없다면 원력과 신심이 나오지 않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미래불교는 차별 없는 세상을 사부대중이 함께 만드는 데 달렸다”며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할 때 한국불교 중흥의 원동력이 생겨난다”고 밝혔다.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도 “코로나19는 지난해부터 2년 동안 전 세계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며 “모든 종교가 사활을 건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고, 불교 또한 그렇다. 그 생존의 길은 바로 포교 방법의 변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포교원장 범해 스님은 “지금이 한국불교의 위기라고 한다면, 오늘 지혜로운 사부대중이 모인 이곳 부곡이 바로 부처님 입멸 후 법과 율을 결집했던 칠엽굴이고, 포교종책 워크숍은 ‘21세기판 결집’이 될 것”이라며 “각 분야의 포교 일꾼들이 함께 모여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은 우리 사부대중이 간절히 원했던 불교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입재식에 이어 본격적으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는 ‘달라지고 있는 포교현장’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포교를 이끌고 있는 모범사례가 소개됐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크콘서트에는 ‘요가축제’ ‘모기장 음악회’ 등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산중사찰의 한계를 극복한 구례 화엄사 주지 덕문, 신도교육과 명상 프로그램을 활용한 어린이명상학교로 도심포교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김해 동림선원 어린이명상학교 지도법사 천조, 문화예술법인 ‘쿠무다’를 설립, 사찰을 문화예술의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부산 대운사 주지 주석 스님이 참석했다.

덕문 스님은 “산중사찰이 도심사찰과 달리 지역적 한계로 포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산사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환경이라는 강점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포교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각 사찰이 주어진 환경여건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 재난구호와 요양원 등 복지사업, 장학제도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불교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 육성한다면 젊은 층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린이명상학교 성공사례를 소개한 동림선원 천조 스님은 “동림선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신도들을 대상으로 우선 명상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이 교육을 받은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사찰로 데리고 오도록 하는 방식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명상교육을 받은 대학생, 청소년들이 다시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면서 부모세대와 청소년, 어린이들이 함께 사찰에서 활동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단시일 내에 동림선원이 도심포교당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쿠무다를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주석 스님은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한 포교를 제안했다. 스님은 “현대사회에 전승되고 있는 다양한 문화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종교와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며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게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3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출발한 쿠무다는 문화예술법인으로 탈바꿈한 뒤 불교문화예술인을 위해 무료로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불교문화예술인 및 예술대학 후원을 통한 장학사업과 인재양성 등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주석 스님은 “부처님가르침을 전하는 방식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며 “우수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한 포교는 침체된 한국불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는 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신도단체 대표 등도 참석해 포교현장에서 겪는 애로점과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3부 ‘수행의 길, 포교의 길’에는 의성 고운사 주지 등운, 남양주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이 화상채팅 줌(zoom)을 통해 참석했고, 포교부장 선업, 중앙종회 포교분과위원장 법원 스님과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방창덕 포교사단장, 윤재웅 수미산 원정대원, 안현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이 현장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크콘서트는 중앙종회의원 진명 스님의 사회로 불교미래를 위한 포교 방안에 대한 교계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은 “불교 포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은 “봉선사 조실스님(월운 스님)께서는 사찰이 ‘어린이에게 꿈을’ ‘청장년에게 희망을’ ‘노인에게 안심을 주는 도량’이 돼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그 속에서 함축된 의미가 곧 포교”라며 “사찰을 찾는 대중에게 늘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을 때 포교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포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눈높이에서 불교를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스님들의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포교활성화를 위한 재정적 여건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앙종회의원 법원 스님은 “여러 포교방안이 있지만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삼귀의의 의미부터 제대로 알고 그에 따라 시대흐름을 반영할 수 있는 포교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도단체 대표들은 포교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종단차원에서 포교인력 확충 및 재정적 지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전국 교구본사별로 20여개 교구신도회가 구성돼 있지만 그 가운데 예산지원을 받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새롭게 신도조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조직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기존 신도회가 활성화되고 역량이 결집된다면 불교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창덕 포교사단장도 “포교사단은 14개 지역단이 조직돼 있고, 그곳에서 5000여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새로 배출되는 포교사가 줄고 있는 실정”이라며 “종단차원에서 포교사단 활성화 및 포교사 인력 충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현민 대불련 회장은 “대학생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도심 인근의 사찰에서 법회 등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대다수 사찰들은 산중에 위치해 있어 불편함이 크다”며 “도심 가까운 곳에서 법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심포교당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교원 포교부장 선업 스님은 ‘뉴미디어 포교 강화 방안’을 묻는 질문에 “포교원은 다양한 불교콘텐츠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이미 오랜기간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이번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VR 기술을 활용한 영상콘텐츠로 제작해 언제 어디서나 순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메타버스 시대 다양한 포교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수미산원정대는 수미산이 이상적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이 공간이 수미산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현장에서 문제를 찾는 새로운 불교운동”이라고 소개한 윤재웅 수미산원정대 1기 대원은 “포교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비불자가 불교와 새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포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중문화와 사찰음식 등 불교의 다양한 문화를 활용한 포교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포교원장 범해 스님은 “토크콘서트는 한국불교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미래 불교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오늘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향후 포교종책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정문, 교육원장 진우, 포교원장 범해 스님과 중앙종회의원,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참여했다.
부곡=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605호 / 2021년 10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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