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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순례 17일차] 시월 한파 속 억새의 무설법문 지남 삼아 사자평 가로지르다

  • 교계
  • 입력 2021.10.17 18:25
  • 수정 2021.10.18 10:38
  • 호수 1606
  • 댓글 1

호국의 땅 사자평 지나 통도사 문턱 울산 도착
회향 앞둔 주말 맞아 청년불자 등 200여명 동참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표충사에서 새벽예불을 모신 후 불보종찰 통도사로 향하는 마지막 고개인 해발 800m의 사자평으로 향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표충사에서 새벽예불을 모신 후 불보종찰 통도사로 향하는 마지막 고개인 해발 800m의 사자평으로 향했다.

불법승 삼보에 대한 신실한 예경과 불교중흥의 발원으로 행선에 나선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승보종찰 송광사와 법보종찰 해인사를 참배한 후 마지막 순례지인 불보종찰 통도사 문턱에 다가섰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10월17일 밀양 표충사를 출발해 울산 캠핑월드까지 25km를 행선했다. 순례 17일차를 맞은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시월 한파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새벽 표충사에서 예불을 모신 후 불보종찰 통도사로 향하는 마지막 고개인 해발 800m의 사자평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이어진 7km의 순례길은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됐고, 지난 16일간 평균 25km씩 힘든 행선을 해온 만큼 사자평으로 향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차례 휴식을 취한 후 능선에 도달하자 재 너머 깊어가는 가을정취를 품은 사자평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곳곳에 살얼음이 낀 추운 날씨에도 누렇게 굽이치며 산 능선을 가득 메운 억새들은 하늘하늘 춤을 추며 순례단을 반겼다. 순례단이 각각 사부대중이 하나가 돼 걷듯이 억새들은 각각 하나이며 전체이고 전체이며 하나인 장엄한 화엄세계를 펼쳐보이고 있었다. 특히 소리꾼 장사익씨가 사자평에서 억새를 배경으로 깜짝무대를 펼쳐 큰 박수를 받았다.

사자평은 재악산 동남쪽 7부 능선 자락에 형성돼 있는 고산습지로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보호구역이다. 58만㎡, 축구장 81개 크기의 이곳은 가을이면 억새가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자평이라는 이름은 습지평원이 재악산 사자봉 아래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사자는 지혜, 즉 깨달음을 상징한다. 부처님의 말씀을 사자후라고 하듯이 사자평은 말없이 대자연의 이치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는 곳으로 전해져 왔다.

이런 이유로 스님과 불자들은 이곳을 터전 삼아 지혜를 닦고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몸을 단련했다. 신라의 화랑도가 그랬고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후 사명대사가 승군을 훈련시켰던 곳도 이곳이다. 단순한 고산습지가 아니라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지키려했던 화랑도와 스님들의 피와 땀이 스며든 호국의 땅이 바로 사자평인 것이다.

이날 순례는 삼보순례 회향을 앞둔 주말을 맞아 일일참가자 200여명이 동참해 삼보사찰 천리순례의 의미를 더했다. 특히 동국대 불교청년지도자, 수국사 상월청년회 등 불교의 미래를 이끌 청년불자들이 대거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동국대 정각원 교법사 자헌 스님은 “동국대 불교청년지도자들이 불교계가 포교를 위해 어떤 원력을 갖고 천리순례를 하는지 몸소 체험하는 것은 물론 그 원력에 작은 힘이나마 더하기 위해 동행했다”며 “학생들이 동국대를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처럼 더 많은 학생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수국사 상월청년회 김근영(29) 불자는 “하루 걷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이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걷고 주무신다는 얘기를 들고 많이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아홉 스님께서 상월선원 정진을 하실 당시 청년들이 모여서 응원해드리자는 취지로 모임을 발원한 이후 많은 청년분이 지원해주셨고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은 비대면 모임을 이어왔다”며 “상월선원의 의미를 알고 있는 청년들을 모인 이 모임이 이번 순례동참을 계기로 계속 진행되고 확장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국회 정각회장 이원욱 의원도 이날 순례에 함께 했다. “길이 가파르고 힘들어 나무아미타불이 절로 나왔다”고 말문을 연 이 의원은 “아미타부처님 가피로 하루 순례를 마친 것 같다. 한국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한 이번 순례길이 원만히 성취되고, 회향의 공덕으로 나라가 화합하고 통합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산=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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