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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천리순례, 수행·전법 새 장 열었다

  • 교계
  • 입력 2021.10.22 12:58
  • 수정 2021.10.23 09:17
  • 호수 1606
  • 댓글 0

평등한 공동체 생활…깨어나 잠들 때까지 불제자의 삶 실천
불자들 자부심 높이고 결집하는 계기·명품 순례길 개척 평가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10월18일 18일간 진행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10월1일 승보종찰 송광사를 출발해 10월9일 법보종찰 해인사를 거쳐 10월18일 불보종찰 통도사에 이르기까지 순례단은 423km의 거리를 온전히 두 발에 의지해 삼보사찰을 참배했다. 한국불교의 중흥이라는 대원력을 향해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함께 나선 이번 순례길은 한국불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부대중 공동체를 이루다=삼보사찰 천리순례에는 비구 48명, 비구니 6명, 우바이 26명, 우바새 14명 등 사부대중 94명이 10월1일 송광사에서 입재식을 갖고 천릿길 순례의 첫발을 내디뎠다. 순례단은 ‘사부대중의 원력과 동참으로 함께 한국불교의 미래를 열어가자’는 상월결사의 의미를 걸음걸음에 새기며 18일간 앞으로 나아갔다. 길에서 자고, 먹고, 행선하는 하루 일과는 사부대중 누구에게나 평등한 공동체의 모습 그대로였다.

숙영지에 도착하면 출·재가자 차별 없이 1평 규모의 텐트가 숙소로 주어졌다. 삶은 달걀 2개와 바나나, 치즈, 요구르트가 모두의 아침공양이었고,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점심과 저녁은 매일 바뀌는 조별 출발 순서에 따라 제공됐다. 부득이 찾아오는 불편함과 어려움은 너와 나 구분 없이 양보와 배려, 격려로 극복하며 걸음걸음을 더해 함께 423km 대장정을 완성했다.

◆일상 속 수행문화를 제시하다=걷기는 부처님 당시부터 있었던 불교의 가장 오래된 수행 방편이다. 초기경전인 ‘대념처경’에서는 “수행자는 걸어갈 때 나는 걷고 있다고 알아차려야 한다”며 걷기가 곧 수행의 일환임을 역설한다. 또 경문을 외우며 걷는 ‘경행’이나 화두를 잡고 걸으며 참선하는 ‘행선’, 또는 ‘포행’이 오늘날에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깨어나 걷고 잠들 때까지 일상이 그대로 수행의 과정임을 몸소 보여줬다. 순례단은 맑은 목탁소리로 새벽을 열어 칠정례와 반야심경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걸으면서는 화두나 염불, 주력과 기도 등으로 자신의 마음을 맑히며 묵묵히 나아갔다. 공양 때마다 불법승 삼보와 모든 생명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놓치지 않았고, 순례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이들에 대한 축원으로 하루를 회향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이번 순례를 계기로 기존 공양게의 핵심 내용을 57자로 함축해 재구성한 ‘삼보사찰 천리순례 공양게’부터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도록 보급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불자들 자부심을 높이다=만행결사는 “미래 한국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 앉은 불교에서 움직이는 불교, 침체된 불교에서 활기찬 불교, 소극적 불교에서 적극적인 불교로 전환돼야 중흥을 이룰 수 있다”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걷기 순례가 불교중흥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며, 이를 통해 집약된 불교의 힘을 전법과 불교중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원력을 피력했다. 순례는 이 같은 자승 스님의 원력에 동의한 사부대중의 원력행이었다.

대장정이 시작되자 지역의 불자들이 적극 동참했다. 순례단이 내딛는 곳마다 환영과 응원의 현수막이 물결을 이뤘고, 마을마다 불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순례단의 발길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어지는 불자들의 발길에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등 정치인들이 종교를 떠나 순례단을 찾아왔고, 이동식 화장실을 비롯해 교통정리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불교의 위상 강화는 물론 불자들의 단단한 결속력과 자긍심으로 이어졌다.

◆명품 순례길 초석을 놓다=순례는 답사나 여행과는 결이 다르다. 신앙심 고취에 방점을 찍고 떠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부처님도 성지순례가 좋은 수행법의 하나임을 설파하셨다. 오랜 사찰의 역사가 이어지고 지금도 스님들이 거주하며 수행하는 모습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 경로는 전법의 역사가 생생히 숨 쉬는 살아있는 순례길이다. 수행과 신행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하는 과정은 불자들의 신심을 키우고, 일반인들에게는 불교에 대한 인식전환과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다. 순례길을 걷다가 부처님께 귀의하거나 출가를 하는 등 불연을 맺을 수 있는 좋은 인연의 고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포교 활로를 제시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순례길을 개척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일반도로를 이용해야 하는 비중이 높아 삼보사찰 천리순례길을 따라 걷는 것은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 불교계가 한국의 명품 순례길을 만든다는 각오로 힘을 모아야 할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606호 / 2021년 10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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